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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꽃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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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꽃꿈

입력
2011.03.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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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어젯밤 꿈에 형님과 꽃구경 가는 꽃꿈을 꾸었습니다. 하얀 겹벚꽃이 피어있는 꽃길이었습니다. 하늘 가득 꽃이 피었는데 참으로 황홀한 꽃길이었습니다. 형님과 나란히 걸어가며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환하게 웃는 형님의 얼굴은 선명합니다. 그 꽃꿈 얼마나 즐거웠는지 꿈에서 깨어나서도 한참이나 꿈인 듯 황홀했습니다. 그러다 꿈인 줄 알고 섭섭하여 다시 잠을 청하며 꿈을 이어보려고 했지만 뜬눈으로 푸른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어제 서울 사는 제자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꽃샘바람이 아주 차다고. 은현리 봄 햇살이 그립다고. 하지만 어젠 은현리도 꽃샘바람이 불었습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형님을 생각했는데, 올해 형님 모시고 꽃구경을 가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 생각이 꽃꿈으로 맺혔나 봅니다. 형님. 지리산 산수유축제, 섬진강 매화축제, 하동 벚꽃축제도 모두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구제역으로 피해를 입은 인근 가축농가와 슬픔을 같이하기 위해 꽃잔치를 취소하였다고 합니다. 올해 그 꽃들 저 혼자 피었다 져야 할 것입니다. 박수도 없이 꽃이 피고 눈물도 없이 꽃이 져야 할 것입니다. 꽃과 동무하지는 못하지만 꽃은 약속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형님. 올해 꽃구경 약속은 다음 해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오늘 밤 형님 꽃꿈속에서 꽃으로 활짝 피어 향기롭길 바랍니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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