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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생계 위한 연기는 싫어… 좋은 작품 하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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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연 "생계 위한 연기는 싫어… 좋은 작품 하는게 중요"

입력
2011.03.0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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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달빛 길어 올리기' 주연으로 돌아온 강수연박중훈은 20년 넘은 동료 라이벌 의식보단 절대적 믿음외모로 승부할 나이 지났지만 40년은 더 연기할수 있을 것

자리에 앉자마자 "영화 어떻게 봤냐"고 물었다. "피부가 좋으시더라고요" 하며 눙치니 다급하게 다시 물었다. "아니 정말 영화 어때요?" '한반도'(2006) 이후 5년만의 스크린 나들이이니 언론의 반응이 궁금할 수 밖에.

강수연(46)이 돌아왔다. 그를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낸 건 '달빛 길어 올리기'. 베니스국제영화제('씨받이')와 모스크바영화제('아제아제 바라아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안겨준 임권택 감독과 재회했고,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1987)로 인연을 맺은 오랜 친구 박중훈과 호흡을 맞췄다. 강단 있고 집요하면서도 자유로운 성격의 영화감독 지원을 연기하며 그는 만만치 않은 관록을 보여줬다. 그를 9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차분한 목소리에선 중년의 무게가 전해졌지만 "눈이 온다"며 밖을 내다볼 땐 영락 없는 소녀였다.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던가.

"꼭 그러지만은 않다. 물론 임 감독님, 중훈과는 너무 친해 촬영 첫날부터 1년째 찍는 기분이었다. 중훈이는 내가 영화계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부르는 소중한 친구이고 동료다. 임 감독님과는 아버지와 딸 같은 관계다."

-임 감독이 아들로 표현한 적도 있는데 술이 세서 그런가.

"술? 세지 않다. 좋아하긴 하지만. 20대 초반부터 음주를 숨기지 않고 즐겨서 과하게 소문난 듯 하다. 여전히 친구 좋아하고 이번 현장에서도 거의 매일 동료 배우, 스태프와 술을 마셨다."

-박중훈과 친해서 오히려 연기가 불편하거나 라이벌 의식은 없었나.

"20년 넘게 영화 동료로 지내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 라이벌 의식보다는 서로의 연기를 존중한다. 부러운 점도 많은 친구다. 예쁜 아이 셋을 잘 키우고 있고, 자기보다 300배 근사한 아내랑 살고 있으니까. 많이 부럽다."

-왜 결혼 안 하나.

"못하는 거다. 하고 싶다. 워낙 일찍부터(네 살 때 "원조 길거리 캐스팅"으로 데뷔했다.) 일을 해서 연애할 여유도, 기회도 없었다. 중매도 안 들어왔다. 지금처럼 근사한 남자 배우들도 없었고."

-지난해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물망에도 올랐는데.

"난 능력이 안 된다. 행정가보다는 그런 일 하는 분들 돕는 게 더 좋다. 아직은 연기에 더 집중하고 싶다. 난 아역에서 청소년, 또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절을 다 겪었는데 지금은 중년 연기자로 넘어가는 시기다. 늙어서까지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꾸준히 연기해야 않나.

"꾸준히라는 말은 나이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돌아보니 40년 넘게 연기를 했더라. '참 오래됐다' 싶었는데 앞으로 40년은 더 할 수 있겠더라. 여태까진 어려서, 몰라서, 미숙해서, 예뻐서 봐줬지만 그런 시기는 이제 지났다. 고교 땐 정말 다작을 했다. 고교졸업 즈음 영화만 제대로 하고 절대 겹치기 출연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작품 수는 중요하지 않다. 좋은 작품을 하는 게 중요하다. (생계를 위해 연기하는)생활연기자가 되고 싶진 않다."

-나이 들수록 외모에 신경 쓰이지 않나.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난 그저 내 외모 기준치를 낮춰 살려고 한다. 생물학적인 아름다움으로 승부할 때는 지난 나이 아닌가. 눈썹이 짝짝이든 뭐 그런 것이 중요한 시기는 지났다."

-경험에 의한 자신감인가.

"아니다. 내 살길을 찾은 것뿐이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좋은 배우로 살기 위해 스스로 내린 결론이다. 지금도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구체적인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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