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변비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2002년 92만7,000명에서 2009년 142만8,000명으로 7년간 1.5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령대별로는 70대 이상 고령층과 9세 이하 어린이 환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어린이 변비는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봐야 하는 엄마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준다. 우리 아이가 ‘황금 똥’을 누게 방법은 무엇일까.
어린이 변비와 배변 곤란은 구분해야
변비는 밤톨같이 굳은 변을 2주 이상 보거나, 굳은 변을 1주일에 2회 이하로 보는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어린이 변비 환자는 3~1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 변비는 모유에서 분유로 옮길 때, 이유식을 시작할 때 잘 생긴다.
첫 증상은 배변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배변 시 심하게 아프고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기도 하며, 복부 팽만과 복통이 생길 수도 있다. 자주 안 먹고 보채고, 변을 볼 때가 되면 숨기도 한다. 거대한 대변 덩어리가 직장 끝을 자극하면서 항문괄약근이 열려 변이 속옷에 묻기도 한다.
어린이 변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변에 두려움을 가지면, 아이는 대변을 참으려 한다. 그러다 항문 치열이 악화된다. 편복양 순천향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주 어릴 때 변비가 있던 어린이는 성장해서도 만성 변비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아기에 변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6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변이 딱딱하지 않고 변을 매일 보는데도 보채거나 얼굴이 벌개지도록 용만 쓰기도 한다. 아이의 발육이 정상이고 다른 증상이 없다면 이는 변비 때문이 아니라 변 보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해 생기는 증상(영아의 배변곤란)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신생아에서 폐색증을 일으키는 선천성 거대 결장증을 변비로 오해하기도 하므로 변비가 계속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우유ㆍ분유 위주 식습관, 소아 변비 원인일 수도
평소 아이가 변비가 있었다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아이의 식습관이다. 돌 지난 아이의 경우, 고형 음식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고 생우유나 분유 위주로 생활을 하면 변비가 생길 염려가 있다.
변비를 예방하려면 균형 잡힌 알맞은 양의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덧붙여 수분과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ㆍ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김혜정 대항병원 변비클리닉 과장은 “변비가 생기면 배에 가스가 차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아이가 많아 식사량을 줄이기도 하는데 오히려 늘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변비 예방에 좋은 채소와 과일로는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상추, 샐러리, 자두, 포도, 복숭아, 대추, 무화과 등이다. 변비가 있다면 자녀에게 우유를 먹일 때에는 꿀이나 과즙 등을 넣어도 된다.
이밖에 학교나 어린이집에 가면서 화장실에 익숙해지지 못해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집과 다른 화장실을 이용하는 법을 자녀에게 미리 일러둬 당황하지 않도록 하고, 배변 행위가 결코 더럽거나 창피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임을 주지시켜야 한다. 간혹 복용하는 약물로 인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변비를 일으키는 약물로는 항콜린성 약물, 항경련제, 항우울제, 칼슘제, 철분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등이 있다.
어린이 변비는 식습관을 바꾸고 스트레스 요인만 없애도 대부분 개선된다. 하지만 신생아 시기에 태변이 늦게 배출되거나, 토하거나 복부 팽만이 지속되면서 변비가 동반되거나, 몸무게나 키가 잘 늘지 않거나, 꼬리뼈 부위 피부가 벗겨지면서 변비가 생기거나, 만성화되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정밀진단을 해야 한다.
막연한 약물 거부는 어린이 변비 악화시킬 수 있어
어린이 변비 치료는 크게 5가지가 있다. 우선 변비 치료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재발 가능성도 높으므로 변비가 생긴 이유를 이해하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소아과 전문의와 상의해 오랫동안 쌓여서 굳은 대변을 제거한다. 정체 대변을 제거하려면 아락실, 콜라이트, 고장성인 용액 등 관장액이나 마그밀, 미네랄 오일, 락툴로스 등의 약을 쓸 수 있다.
굳은 대변을 제거했으면,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면서 배변 습관을 익힐 때까지 약물요법(마그밀, 미네랄 오일, 락툴로스 등)을 병행한다. 하루 1~2회 정도 충분히 배변할 수 있도록 용량을 조절해 투여하고, 적정한 용량이 확인되면 확장된 장이 기능을 회복하도록 3개월 이상 같은 용량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자녀에게 약을 투여하길 꺼리는 부모가 많은데 그럴 필요는 없다. 만성 변비로 진행하는 것보다 약을 적절히 투여하는 게 낫다.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어린이 변비 환자의 56%가 1년 이상 투약이 필요했고 약을 빨리 끊는 게 가장 큰 재발 원인”이라고 말했다. 물론 약은 의사와 상담해 꼭 필요하면 투여해야 한다.
아이를 칭찬하고 보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변이 옷에 묻더라도 너무 나무라지 말고, 변기에서 변을 보면 상을 준다. 배변일기를 쓰거나 달력에 스티커를 붙이는 등으로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면 변비가 줄어들 수 있다. 이효은 자생한방병원 웰빙센터 원장은 “생후 1년이 안 된 영아는 엄마가 하루 3회 복부 마사지와 팔다리 운동으로 장이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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