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주로'무위(無爲)와 침묵의 정치'를 해 왔다. 그런 박 전 대표가 조금 달라졌다. 박 전 대표는 '당 운영은 현재 당 지도부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당무와 선거운동과는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3년여 간 지방선거와 각종 재보선 때 한 번도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박 전 대표는 또 국가적 현안에 대해 꼭 필요한 말만 했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 국정운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정치권과 언론 등의 재촉에도 그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그랬던 박 전 대표가 얼마 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특위(평창 특위) 고문'이라는 당직을 맡았고, 15일엔 당 지도부와 함께 강원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춘천에서 열리는 평창 특위 발대식 참석을 위한 방문이긴 하지만, 4ㆍ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와 연결하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9일 여의도에서 열린 평창 특위 1차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회의 도중에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로부터 춘천에 동행할 것을 요청하는 쪽지를 받았고, 즉석에서 이를 수락했다. 그는 춘천 방문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러려고 한다"고 답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워낙 크기에 방문하는 것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자신의 강원 행(行)에 정치권과 국민이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를 모르고 이런 선택을 했을 리 없다. "박 전 대표가 당의 선거 지원 요청을 냉정하게 거절하던 과거와 조금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행사엔 당 지도부는 물론 엄기영 전 MBC 사장 등 강원도지사 예비 후보들도 참석한다. 따라서 이번 강원도 나들이는 강원지사선거에 대한 간접 지원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또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으로서 경제정책과 관련해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9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현재 3%에서 선진국 수준인 2%로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성장이 국민 후생에 기여하는 효과가 과거에 비해 약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고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는 7일엔 "공무원ㆍ군인 연금 충당 부채와 공기업 부채 중 정부 사업에 참여해 발생하는 부분을 국가채무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올 초 정부가 발표한 국가채무 기준을 수정할 것을 주문했다.
박 전 대표가 재정 건전성과 공기업 부채 등에 대해 발언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내용이 보다 구체화하고, 세부적인 대안도 제시한 것은 달라진 점이다. 현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거의 없다는 그간의 비판론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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