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은 체내 신경세포에서 분비돼 인접한 신경세포 등에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이다. 그 중 뇌의 변연계 흑질부위에서 분비되는 도파민(dopamine)은 뇌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물질로, 감정 욕망 쾌락 학습 등에 영향을 줘 '행복호르몬'으로 불리기도 한다. 과다 분비되면 정신분열병을, 너무 적으면 우울증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폭력적 증상을 보이는 정신분열병 환자에게 도파민의 이동을 줄여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뇌수술이 국내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 이번 수술의 목표부위는 대뇌 아랫부분, 귀 안쪽에 있는 변연계의 도파민 이동 연결통로였다. 수술팀은 환자의 감당키 어려운 폭력성이 도파민의 이상 분비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연결통로를 '폐쇄'키로 한 것이다. 관건은 연결통로를 필요한 만큼만 정확히 제거하는 것. 이를 위해 수술팀은 환자의 머리에 프레임을 장착해 수술 목표부위의 정확한 좌표를 잡았다. 그리고 전극을 부착한 바늘을 해당 부위의 신경섬유에 삽입한 뒤 고주파전류로 75도까지 가열해 연결통로의 일부를 제거했다고 한다.
■ 국내 뇌수술은 지금까지 종양을 제거하거나 외상을 치료하기 위한 대증수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수술은 거기서 더 나아가 신경전달체계를 건드려 인간의 정서와 행동을 조절한다는 점에서'사이코서저리(psychosurgery)'라고 부른다. 이런 식의 수술은 사이코서저리라는 용어를 만든 당사자인 포르투갈의 신경외과 의사 에가스 모니스(1874~1955)가 2차 대전 참전 상이군인들에게 시행한 '전두엽 절제술'이 처음이다. 그는 이 사이코서저리로 1949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지만 집중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수술 받은 정신질환자들이 온순하고 순종적으로 바뀐 대신 지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는 부작용도 나타났기 때문이다.
■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사이코서저리의 분수령이 될 이번 수술이 성공한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특히 공격적 성향이 사라진 환자가 정상적 수준의 집중력과 사고력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 고무된 모습이다. 세계적 뇌과학자인 마이클 S 가자니가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저서 에서 앞으론 뇌전극을 이용해 수험생의 뇌기능을 높이는 처치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뇌에 대한 외과적 처치로 두뇌의 우열까지 극복하게 되는 셈이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한계와 신비를 새삼 일깨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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