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남짓한 한국전쟁으로 산업시설의 70% 이상이 파괴되고 남북을 합하여 사망자만도 100만을 넘어선 경우는 세계 전쟁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피해였다. 부상자와 실종자를 합하면 전쟁 피해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거의 없고, 그 결과 전쟁의 상처는 문자 그대로 뼛속까지 심어졌다. 이와 같이 죽고 죽였던 기억은 오늘날에도 남북간에, 그리고 각자의 사회 안에서 분단이나 통일을 이야기할 때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는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탈북자들의 고통에 더 관심을
법적인 차원에서 정전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전쟁이 진행형이라고 말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전쟁으로 분단이 완전히 고착화되었고, 전쟁의 상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과 분단은 남북한 사람 모두에게 깊은 그늘을 지웠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피해자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고, 다음이 이산가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산가족은 분단의 현재성을 입증하는 일이다. 이산가족으로 등록한 사람은 12만 8,124명이지만 오늘도 매일 100명에 가까운 분들이 돌아가시고 있어 작년 6월 기준으로 살아 계신 분이 8만2,371명이다. 그 동안 17회에 걸친 상봉행사와 7회의 화상 상봉으로 직ㆍ간접적으로 헤어진 가족을 만난 분은 2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산가족 문제는 시간에 구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극성은 더 심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쟁 이후에도 새로운 이산가족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납북자이다. 전후 여러 가지 이유로 북에 억류되었던 사람이 3,832명이고, 이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사람의 수가 514명이다.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납북자와 더불어 관심의 대상인 미귀환 전쟁포로도 2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가운데 여러 경로로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은 2010년 6월 현재 7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규모로 보면 전후 최대의 이산가족은 북한이탈 주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에 2만 명을 넘어선 국내 입국 탈북자뿐만 아니라 숫자를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중국 등 제3국 거주 북한이탈주민도 누구 못지않게 이산가족의 고통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나 통일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는 항상 상반되는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최소한 이산가족의 고통을 해결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동의한다. 외면적으로는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어떤 면에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권문제를 포함하여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에 소극적이라고 과거 정권을 비판하였던 현 정부에 들어서는 그나마 관례적으로 지속되었던 이산가족 상봉도 단 한 번에 그치고 있을 정도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 인도적이고 인간적인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북한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남한 정부와 남한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산가족을 월남자로 국한하는 경향이다. 이산가족 등록 초기에 이북5도청에서 접수를 했는데 월북자는 이산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납북자만 챙기고 월북자 외면
사실 전쟁 이후의 월북자들도 적지 않았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대책도 당연히 없고, 제대로 된 정보나 자료마저도 없는 현실이다. 다시 말한다면 남쪽 체제에 동조하는 사람들만이 인도적 고려의 대상이고, 그 가운데서도 남쪽 출신만을 걱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간의 이별이라는 아픔도 상호비방과 체제경쟁의 수단이 되고 있는 한 분단의 상처는 더욱 도질 뿐이다. 표류하였던 31명 가운데 남아 있기를 원하는 4명을 둘러싸고 벌이는 남북간의 갈등과 이 사건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착잡해지는 것은 불행한 사건의 반복과 바뀌지 않는 분단적 사고 때문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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