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물밑 접촉에서 우리 정부에 식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비핵화 의지와 천안함ㆍ연평도 사건 등 한반도 평화구축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입장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물밑접촉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은 9일 "우리는 언제든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고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우리측에 자꾸 쌀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의 의도대로 할 수는 없으며 북한이 진정성 없이 나온다면 이 정부 임기동안 (정상회담을) 안 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측이 대북 쌀지원을 남북 정상회담 성사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태도 표명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정상회담 한다고 쌀을 준다고 하면 국내에서 어떤 반응이 나오겠느냐"며 "먼저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에 동의하고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하는 식의 순서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0월 하순 당시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싱가포르에서 비밀회동을 갖고 정상회담 추진문제를 논의했으나 북측이 쌀 10만톤 지원을 요구해 무산된 적이 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의 정상회담 추진 동향에 대해 "북한도 남측 동향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남측의 진짜 입장이 어떤 것인지, 누가 정상회담을 맡아서 하는지 등을 파악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전날 "다른 회담을 다 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정부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지금 단계에서 추진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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