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자신을 버리고 가출한 생모와 함께 달아난 남성을 29년 만에 찾아내 잇따라 살해한 이모(34)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9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따르면 이씨는 5세 때 생모로부터 버림받고 10세 때 알코올중독이었던 아버지마저 자살하자 고아원에서 동생과 불우한 유년을 보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어머니의 불륜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아버지의 죽음과 구타에 시달렸던 고아원 생활 등 모든 불행이 모두 어머니와 내연남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생모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이씨는 한달 전 의료보험 가입용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다 생모 최모(55)씨의 주소를 알게 됐고, 8일 오후 1시30분 강서구 방화동 최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이씨는 최씨와 소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만취한 채로 서로 살아온 얘기를 나눴다. 그러나 이날 오후 5시30분께 생모가 끝까지 불륜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너는 누구냐. 주민등록증 보자, 누가 보냈냐”고 다그치자 격분해 인터넷에서 미리 구입한 흉기로 최씨를 수 차례 찔렀다. 이씨는 “‘어머니, 저에요’라고 했는데도 냉정하게 밀쳐내자 그간 쌓인 울분이 터졌다”고 말했다.
분노를 삭이지 못한 이씨는 생모와 함께 도주한 뒤 8년 전 이혼해 따로 살고 있는 내연남 노모(53)씨에게 생모가 숨지기 전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어 만날 약속을 정했다. 이날 오후 6시37분께 경기 양주시의 한 식당 문 앞에서 노씨를 만난 이씨는 노씨가 “네가 누군지 안다”고 하자 똑 같은 흉기로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후 이날 오후 10시40분께 자신이 사는 서울 관악구의 파출소에 술에 취한 상태로 나타나 자수했다.
경찰은 9일 이씨에 대해 존속살해 및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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