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가 자필로 썼다는 편지 원본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적감정을 의뢰했다. 장씨 사망 2년 만에 ‘장자연 파문’을 재점화시킨 편지의 진위 여부가 조만간 밝혀질 전망이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9일 오전 7시부터 장씨에게 자필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J(31)씨가 수감된 광주교도소 감방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낮 12시까지 개인 사물함과 감방 외부의 영치물품 보관함을 수색한 경찰은 J씨가 장씨 친필이라고 주장하는 편지 원본 23장과 편지봉투 20여 장, 신문기사 스크랩 70여 장, 문서수발대장 등 2박스 분량을 압수했다.
경찰은 편지와 봉투들을 곧바로 밀봉해 지난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탄원서와 함께 제출된 사본 편지들과 같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봉투에 쓰인 발신지와 우체국 소인의 존재 여부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오래 지나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문감식을 위해 바로 밀봉했다”고 밝혔다.
편지봉투는 4~5장만 겉에 주소 등 글씨가 쓰여 있었고, 나머지는 빈 봉투였다. 장씨 관련 기사가 대부분인 신문스크랩은 종이를 오려 붙이지 않고 A4용지에 복사한 것이다. 장씨 기사에는 형광 펜으로 표시가 돼 있었다.
경찰은 편지 23장을 미리 확보해놓은 장씨 및 J씨의 친필과 함께 이날 오후 국과수로 보냈다. 국과수는 필체와 필적 비교분석에 착수했고, 경찰이 J씨에게서 압수한 편지에 대해서는 지문감식도 병행한다.
정밀감정에는 2주 정도가 걸리지만 경찰은 긴급감정을 요청해 5~7일 뒤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법원에서 확보한 사본 편지 50통 231쪽의 내용을 분석해 장씨만 알 수 있는 내용,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내용 등 진위여부 판단의 단서를 찾고 있다. 신문스크랩에서도 혹시 편지에 인용된 부분이 있는지 정밀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년 전 장씨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들을 다시 투입했다. J씨의 심리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광주교도소에는 프로파일러(범죄심리관)를 내려 보냈다.
문제의 편지는 서너 종류의 다른 필체가 섞여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편지내용이 매우 구체적인 점 등으로 볼 때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J씨가 지난해 법원에 보낸 자료 중에는 장씨가 사망한 2009년 3월7일 이전 날짜로 찍힌 우체국 소인들과 ‘2006년 11월27일 타 교도소로 전송한다’는 교도소 도장도 발견된다. 탄원서에는 장씨의 주민등록번호 13자리도 정확히 기재돼 있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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