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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무릎 꿇은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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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무릎 꿇은 성장

입력
2011.03.0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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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운용철학, 즉 MB노믹스의 큰 줄기 중 하나는 누가 뭐래도 성장. 물론 MB노미스트들은 "성장지상주의는 결코 아니다"고 항변하겠지만, 그래도 전체 흐름이 성장으로 기울어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그러나 고삐 풀린 물가 앞에선 이런 MB노믹스도 고집을 꺾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이 10일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언급했듯이, 경제정책운용의 방점은 이제 성장에서 물가 쪽으로 확실히 옮겨가는 상황이다. 가장 큰 관심은 거시정책수단의 변화. 일단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0일 한 세미나에 참석해 "거시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겠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금리와 환율 그 중에서도 환율이 변수다.

금리에 관한 한 정부도 '저금리'에 대한 집착을 버린 상태. 전날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공급 못지 않게 수요 쪽 인플레압력도 커지고 있다"고 인정했듯이, 그리고 이날 금통위 금리인상에 대해 재정부가 "적절한 조치"란 반응을 보였듯이, 정부도 이젠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환율이다. 고환율 정책은 MB정부 출범 이래 줄기차게 계속되어온 외환정책기조의 하나. 하지만 금리정책과는 달리 환율정책에선, 아직까지 물가안정기조에 걸맞는 별다른 기조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재정부 차관 시절 강만수 장관과 호흡을 맞추며 고환율 정책을 절정으로 이끌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금까지도 "환율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7일 국회답변)면서 환율이 물가정책 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책기조가 성장에서 물가로 바뀐다면 환율정책도 (저환율 쪽으로) 당연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물가에 대한 강조가 성장포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물가안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용창출인데 일자리는 성장을 해야 만들어지는 법"이라며 "물가를 우선한다 해도 정부 정책에서 성장포기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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