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다는 말뜻 그대로 답답하고 딱하고 안타깝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여기에 한마디 덧붙이면 꼴불견이다. 지난 일요일 MBC가 첫 방송한 에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MBC 전ㆍ현직 아나운서들이 총출동했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떠난 사람들까지 불렀다. 그래 놓고는 한다는 짓이란. 자화자찬에 어설픈 과거 재탕과 유치하고 어색한 예능에 매달렸다. 이렇게까지 아나운서들 스스로 품격을 팽개치면서까지 자사 홍보에 발버둥쳐야 하나. 그들은 모르나. 세상을 향해 "노"라고 외치는'방송의 사유화'가 자신들에게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 은 새로운 방식, 즉 공개오디션으로 시대에 맞는 아나운서를 선발하겠다고 MBC가 떠벌린 프로그램이다.'아나운서도 시대에 따라 그 조건과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 나이와 학력 제한을 철폐하고 심사과정을 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만큼 공정한 '인사'도 없다.' 그럴 듯하다. 그러나 그 속에 숨은 천박한 상업적 전략을 모를 시청자는 없다. 케이블TV의 가수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존심도 없이 으로 베낀 것도 모자라, 방송권력을 이용해 '노예계약서'로 아나운서 지망자들의 사생활과 인격까지 오락거리로 삼겠다는 발상이다.
■ 첫 방송에서 MBC 아나운서들을 총출동시킨 것은 왜 이런 염치없고, 방송의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짓을 하는가에 대한 변명과 합리화가 목적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선배에게'전설'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여주고는 진지한 성찰도 없는 낯간지러운 존경만 늘어놓지 말아야 했다. 추억이랍시고 1970년대의 검은 교복을 억지로 입고, 교양 부재의 와 어설픈 를 재연하고, 몸에 배지도 않은 예능을 하는'그들만의 잔치'로 전파를 낭비하지 말아야 했다. 그보다는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아나운서의 자질은 무엇인지 보여줘야 했다.
■ 시대가 바뀌면서, 아나운서의 상(像)도 많이 달라졌다. 과거처럼 뉴스나 교양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엄숙하고, 얌전하고 반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오락프로에서 연예인 못지 않은 끼를 발휘해 재미와 웃음을 주는 모습도 싫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아나운서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간판뉴스의 앵커까지 연예인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영원히 지켜야 할 것들도 있다. 누구나 아는 아나운서 기본덕목도 그렇다. 그것을 버리고 예능만능주의에 집착하는 듯한 MBC. 그 불만과 곤혹감을 출연한 MBC 아나운서들에게서까지 느꼈다면 착각일까.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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