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데스크 칼럼] "교과부는 인사실험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데스크 칼럼] "교과부는 인사실험장"

입력
2011.03.08 12:17
0 0

정부 특정 부처 공무원 800여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이동하는 건 희귀한 광경이다. 직원들이 넘쳐나는 시중 은행이나 민간 기업들이야 나름의 필요성 때문에 이런 식의'벌떼 인사'를 왕왕 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엔 생소할 따름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확히 749명의 공무원에게 보따리를 싸게 했다. 본부 649명, 산하기관 66명에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 파견 인원 34명을 합친 숫자다. 국가과학기술위 출범, 대학지원실 신설 등 일부 조직 개편으로 인한 인사라는 게 교과부 설명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납득 어려운 749명의 대이동

무릇 공직 사회 인사는 명분과 타이밍, 이렇게 두 가지가 핵이다. 무조건 성과를 중시하는 일반 기업 인사와는 뚜렷이 구분돼야 한다고 본다. 교과부가 내세운 인사의 대외적인 명분은 조직 개편이었지만, 기실 정확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옛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져 교과부가 탄생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소위 시너지 효과가 미미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교육 따로, 과학 따로'라는 불치병을 교과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그래서 내놓은 처방이 '묻지마 인사'였다. 오죽하면 교과부 고위관계자가"(교육과 과학)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막 돌렸다"고 표현했을까. 전체 70개 과(課) 과장 중에서 41명만 유임됐고 나머지 29명은 다른 곳으로 갔다. 조직의 중추 역할을 하는 과장들만 40% 이상이 옮긴 것이다. 5급 이하 직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사실 느슨해진 조직을 조이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인사만큼 좋은 특효약은 드물다. 교육과 과학이 한 이불 속에 들어가면 효과가 배가될 것인 양 대단한 융합 효과를 내리라는 기대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니, 인사권자 입장에선 분위기 반전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 많은 공무원들을 인사 실험의 무대에 올려놓으면 어떡하나. 두 가지 측면에서 적절치 않았다. 명분이 군색하다. 연 14조원이 넘는 국가 연구 개발(R&D) 예산의 편성 및 조정권을 갖는 장관급 행정위원회로 격상되는 국과위 출범이 인사의 주된 이유였다면 여기에 필요한 과학기술 인력만 이동시키면 될 일이었다.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현 정부한테 주어진 시간은 2년도 채 안 된다. 특히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 정책의 경우 일관성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교훈을 떠올렸다면 이질적인 두 분야 공무원을 이렇게 섞진 않았을 것이다. 장기간 초ㆍ중등 교육 현장 업무를 맡던 직원을 생뚱맞게 과학 분야로 갑자기 보내는 게 융합 인사라고 판단했다면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이쯤에서 말 많던 옛 교육부와 과기부의 통합 효과를 따져보자. 시쳇말로'한 지붕, 두 가족'은 실패작이라고 단언한다. 물(교육)과 기름(과학)이 어떻게 융합되겠느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다른 사례를 제시할 것도 없다. 국과위 출범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교과부에 과학기술 업무를 몽땅 맡기는 것은 도박이라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국과위는 과학기술의 컨트롤 타워가 되겠지만, 동시에 옛 과기부 부활의 신호탄으로 보는 게 옳다. 2년 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가위가 주축이 돼 옛 과기부가 다시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교육과 과학이 분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예감마저 든다.

교육+과학 3년의 성적표는

교육은 더욱 만신창이다. 초ㆍ중등 교육은 진보교육감들의 벽에 가로막혀 있고, 대학 교육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신종 관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런 마당에 시너지 효과 부실 운운하면서 수백 명의 공무원을 뒤섞는 인사를 강행한 것은 일종의 기만(欺瞞)이다.

정권 초기를 연상케 하는 집단 인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3년의 교육+ 과학 통합 성적표를 국민 앞에 내놓고 "남은 기간에 교육과학 분야 현안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약속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진각 편집위원 kimj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