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소속 영사 3명이 중국인 여성 덩(鄧)모(33)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 유부남인 H(41) 전 영사와 덩씨의 불륜 관계가 불거지면서 알려졌다. 덩씨의 남자관계를 수상히 여긴 한국인 남편 J(37)씨가 덩씨의 소지품을 살펴보다 H 전 영사를 비롯한 서너 명의 한국 외교관들과 찍은 사진, 컴퓨터 파일 등을 발견해 법무부 등에 제보했다.
2009년 8월 비자 영사로 상하이로 파견된 H 전 영사는 지난해 5월 덩씨를 만나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다 교민사회에 소문이 퍼지자 지난해 11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국내로 조기 소환됐다. 법무부 감찰을 받던 그는 덩씨와 내연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드러나자 올해 초 사표를 냈다. H 전 영사는 덩씨에게 비자를 이중으로 발급해주고 중국인 비자 발급을 알선해준 의혹을 받고 있다.
H 전 영사가 소환될 즈음 지식경제부 소속 K(42) 전 영사도 덩씨와의 스캔들 의혹이 제기되면서 함께 소환됐다. 한꺼번에 두 사람이 소환되면서 단순 스캔들로 치부하기엔 '판'이 너무 커졌다.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는 당시 영사 2명이 개인 사정으로 조기 귀국을 희망한다는 공문을 외교부에 보냈다.
특히 K 전 영사는 덩씨에게 애정 고백이 담긴 친필 서약서까지 써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켰다. 서약서에는 '덩씨를 다시는 괴롭히지 않고 이상한 메시지와 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제 사랑은 진심이고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K 전 영사는 8일 이에 대해 "서약서는 덩씨의 협박과 강압에 못 이겨 불러주는 대로 쓴 것"이라며 "협박과 강압이 너무 심해서 총영사한테 이야기해 조기 귀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덩씨를 업무적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만난 사실은 없다. 기밀도 유출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서약서를 왜 써 줬는지 구체적인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충격이 심해서 이 상태로는 근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덩씨와 얽힌 외교관은 H 전 영사와 K 전 영사뿐만이 아니다. 덩씨의 파일에서는 덩씨가 외교부 소속 P(48) 전 영사와도 음식점이나 택시, 관광지 등에서 얼굴을 맞대고 다정한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 발견됐다.
또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와 찍은 사진들까지 나와 그의 인맥이 외교부 고위층까지 뻗쳐 있음이 확인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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