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대구시가 낙동강 중류 위천 지역에 염색공단 건설계획을 발표하자 부산과 경남지역 주민들이 하류의 수질오염을 우려하여 반대하였다. 대구시는 반도체 등 첨단 무공해 산업단지로 계획을 변경했으나 하류 주민들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1996년 12월 위천 공단 지정과 더불어 수질개선 대책을 발표하였으나 지역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역개발과 맑은 물 확보를 위한 갈등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이용을 둘러싼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한 사례도 있다. 수도권 주민들이 납부하는 한강수계 물이용부담금이다. 수도권의 식수원인 팔당호 수질은 상류지역의 각종 개발사업의 영향으로 1998년 2급수로 떨어질 위기에 직면했다. 하류지역 주민들은 상수원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했으나, 팔당호 유역 주민들은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와 보상 등을 요구하며 대립했다.
정부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지자체 등과 여러 차례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 98년 11월 팔당호 등 한강수계 상수원 특별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유역의 자주적 재원 조성을 위해 물이용부담금 제도를 도입했다. 상수원수의 최종 사용자에게 일정 요율의 부담금을 부과하여 상류지역 수질개선과 주민 지원에 사용하는 제도이다. 상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지역과 하류지역의 경제적 격차가 커짐에 따라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현실을 직시할 때, 이 제도는 유역 공동체에서 고통과 비용을 분담하여 상류지역에는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하류지역에는 안전한 식수 공급을 보장하는 상생과 공영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정부는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 수계관리 기금으로 상류지역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의 하천 유입을 줄이기 위해 토지를 매입하고 이를 녹지로 조성했다. 또 환경기초시설 설치를 지원해 팔당호 권역 하수도 보급율을 52%(1997년)에서 81%(2008년)로 높이는 등 팔당호의 안정적인 수질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현재 팔당호는 연중 1등급(좋음)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팔당호 수질이 당초 계획했던 '매우 좋음'수준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팔당호 유역의 오염원은 계속 증가하고 최근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이 크고 길어져 유역으로부터의 오염물질 유출과 하천의 농축이 심화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팔당호 수질이 1등급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 것은 아주 다행스럽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시민ㆍ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등으로 상수원 수질이 악화할 것이라 주장하면서 물이용부담금 납부거부 및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따른 물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4대강 사업으로 무조건 수질이 악화할 것이라는 비과학적 주장을 전제로 물이용부담금 폐지 운동을 벌이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이다.
팔당호 수질을 보전하고 더욱 개선하는 것은 상ㆍ하류 주민 모두 바라는 일이다. 물이용부담금은 이런 노력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갈 길이 멀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다. 한강수계의 주인인 상ㆍ하류 유역 구성원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팔당호 수질을 지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와도 같은 팔당 상수원의 수질관리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제도가 정치적 갈등이 얽힌 비과학적 논란 때문에 흔들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공동수 경기대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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