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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역사비평 '조세의 공공성을 묻다' 특집/ 공정 과세 납세자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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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역사비평 '조세의 공공성을 묻다' 특집/ 공정 과세 납세자도 춤추게 한다

입력
2011.03.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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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복지가 정치사회 담론의 중심이 됐지만 그 물적 토대인 세금에 대한 논의는 열기가 덜하다. 요란스레 공정사회를 선전하는 쪽이나 맞은편에서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는 쪽이나 실천 논리가 공소하기는 다르지 않다. 조세제도의 휘어진 뼈대를 바로잡을 의지와 담력이 부족한 탓이다. 이 때문에 조세 문제만큼은 정치권보다 학계의 담론이 오히려 구체적이다. 계간 역사비평 봄호(통권 94호)가 특집으로 기획한 ‘조세의 공공성을 묻다’의 간결한 논리_복지국가를 이룩하려면 복지재원이 확보돼야 하는데 복지재원은 조세의 공공성이 실현돼야 비로소 가능하다_는, 그래서 상식적이되 무척 혁신적으로 들린다.

정태헌(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역사문제연구소장의 글 ‘한국의 근대 조세 100년사와 국가, 민주화, 조세 공평의 과제’는 조세제도 변천사에서 국가 또는 정권의 부침, 사회정의의 척도를 읽어 낸 작업의 결과물이다. “대한제국이 주권을 빼앗긴 이유 중 하나는 명분적 수준이더라도 조세 공평에 기초한 중앙 집중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는 그는 “필요한 곳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따른다는 공평성이 구성원들에게 각인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한국에서 조세 정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직선제를 통해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87년’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인데 이 시기에 직접세 특히 소득세 비중이 증가세로 돌아서며 민주적 세제가 정착됐다. 그러나 정 교수는 임금소득 증가보다 부동산 등 자산소득 증가가 가팔라 조세의 불공평 또한 커졌다고 지적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에는 고소득층의 불로소득이나 투기소득보다 대중과세 증징을 통한 서민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토지세 문제에 집중한다. ‘공공성의 관점에서 본 한국 토지보유세의 역사와 의미’를 통해 그는 “헌법에는 토지공개념의 정신이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토지 불로소득에 대한 광범위한 비과세 감면제도가 지속됐다”고 지적한다. 전 교수는 해방 이래 토지 보유세 정책의 변화와 의미를 짚으며 “부동산 정책의 기본 철학이 토지공개념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국세 보유세와 지방세 보유세의 이원구조는 유지하되, 토지 중심의 보유세 강화를 추진”할 것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정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연구소 연구원은 오늘날 조세제도의 퇴행성을 조선 시대 조세 공공성에 비추어 비판하는 기고문 ‘대동법을 통해서 본 조선 시대 공공성 관념과 현실’을 실었다. 이 연구원은 “조선 왕조는 지금과 같지는 않아도 상당한 수준에서 지배층의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제도의 공공성을 가지고 있었다”며 대동법 분석을 통해 “이것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세금제도”라고 주장한다.

임진왜란 후 조선의 생산력은 고갈됐고 납세의무를 진 백성의 삶은 피폐해졌다. 조선은 사대동(私大同ㆍ상인이 공물 납부를 대행하는 제도)에서 대동(大同ㆍ공납 관련 사항을 공적 영역으로 통합)으로, 다시 공물가 단일화의 단계를 통해 형평성과 공공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이 연구원은 “정부 차원에서 부자감세가 주장되는 오늘날이 토지생산력에 기초한 과세 원칙을 견지했던 17세기보다 모든 면에서 더 공공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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