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구 심판계를 대표하는 '코트의 포청천' 김건태(56) 심판이 최근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는 최고 영예의 ‘심판상(referee award)’을 받았다.
김 심판은 국제심판 정년(55세)이 돼 지난해 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클럽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은퇴식을 치렀고, 당시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그 후 3개월여 만에 한국 심판으로는 최초로 FIVB 심판상까지 받은 것.
1990년 국제심판으로 데뷔한 김 심판은 1998년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로 FIVB 심판으로 뽑혀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심판으로 활약했다. 전 세계에서 배구 국제 심판 자격증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은 930여 명. 그 중에서도 '심판 중의 심판'으로 불리는 FIVB 심판은 전체 11명으로 구성된 세계 최고 판관들의 모임이다.
심판으로서 한국 배구계의 위상을 세계에 알려온 김 심판은 200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렸던 월드리그 브라질과 유고슬라비아의 경기를 가장 인상적인 게임으로 꼽았다. 그는 "경기가 최종 5세트까지 진행됐고 15점에서 끝날 경기가 랠리를 계속해 31-29, 브라질의 승리로 끝났다"며 "그 경기의 주심으로서 팽팽한 접전에 오심을 남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었다"고 회고했다. 숱한 국제대회 주심을 맡았던 김 심판은 "내가 주심을 보면 브라질 남자팀은 이기는데 여자팀은 꼭 졌다"고 말했다.
김 심판은 또 우리나라 프로배구의 산파 노릇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트리플 크라운(한 경기에서 서브, 백어택, 블로킹을 3개 이상씩 하는 것)’이란 용어를 배구계에 처음 도입한 것도 김 심판이었다. 그는 페인트와 오픈 공격 등 단조로운 플레이만 일삼던 여자 배구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자 농구의 트리플더블, 야구에 사이클링 히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트리플 크라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 심판으로 인정받은 김 심판은 “앞으로 FIVB 심판분과위원이나 규칙분과위원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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