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에서 홀로 사는 오모(73)씨는 끼니 때 주로 맨밥에 물을 말아 먹거나 라면에 김치로 해결한다. 자녀(2남 5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함께 살던 아내마저도 7년 전 떠나 보낸 뒤 이런 일이 다반사다. 2009년 시집 온 베트남 출신 작은 며느리가 종종 찾아와 거들지만, 한국음식 만드는 게 서툴고 말도 통하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10년간 운영하던 구멍가게도 장사가 안 돼 그만 둬 하는 일도, 소득도 없다. 자녀가 주는 용돈으로 외로움을 달래려 술잔을 기울이는 횟수가 늘자 병(골다공증)까지 얻었다.
농어촌에 오씨처럼 빈곤, 질병, 고독 등 이른바 노인의 3고(三苦)로 고통 받는 노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전국 16개 시군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자녀 용돈과 정부 지원 등을 포함한 월 소득 50만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노인이 78.3%나 됐다. 노인 5명 중 4명은 최저생계비(월 50만4,344원)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이 가운데 월 소득이 30만원 미만인 노인도 29.2%나 됐다. 50만~70만원은 14.9%, 70만 ~100만원 및 100만원 이상은 각각 3.4%였다.
전체 노인들의 월평균 소득은 42만2,000원이었으며 식비, 주거비, 의료비 등의 생활비로 평균 32만8,000원을 사용했다. 이들은 혼자 생활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으로 건강 악화(30.8%)를 꼽았고, 경제적 어려움(28.7%), 외로움(21.0%) 순이었으며 어려움이 없다는 응답은 13.4%에 불과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텃밭에 채소 등을 재배하는 노인이 많아 최소한의 돈으로 연명하는 수준이며 도시에서 이렇게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