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오페라들이 봄을 알리러 온다. 13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가 17일~4월 1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현대 오페라 세계로의 초대’라는 푯말 아래 열린다. 오페라가 대형 오페라 무대의 물량 공세와 동의어가 돼 버린 현실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무대다.
올해 참가하는 단체는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 SCOT오페라연구소 등 7개. 벤저민 브리튼과 칼 오르프 등 현대 오페라의 대표적 작곡가들은 물론, 탄생 100주년을 맞는 메노티 등의 작품 8가지를 4주일 만에 즐길 수 있는 기회다. 바로크 오페라가 테마였던 지난해와 뚜렷이 변별된다.
무대를 여는 작품은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의 ‘도와 주세요…글로블링크스’ (17~20일). 스쿨버스가 갑자기 멈추자 나타난 글로블링크스(외계인)를 물리치려면 그들이 싫어하는 음악 소리를 들려 줘야 한다. 음악이 곧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주는 현대 오페라다. 김문식씨 연출, 이은순씨 지휘.
이어 세종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노처녀와 도둑’(24~27일)이 기다린다. 현대 미국 소도시에서 한 노처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유쾌환 소동이 한영 자막과 함께 한다. 장수동씨 연출, 양진모씨 지휘. 이상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리오네오페라단 등은 전화를 통해 데이트하는 남녀의 에피소드를 그린 메노티의 ‘전화’(4월 7~10일)를 공연한다. 오영인씨 연출, 김동혁씨 지휘. 그리고‘달’ ‘현명한 여인’ 등 오르프의 걸작을 모은 오페라쁘띠 등의 합작 무대(14~17일)로 정규 공연은 막을 내린다. 이상균씨 연출, 고성진씨 지휘. 이상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일련의 무대가 말하는 소극장의 기준은 700석. 형식(규모)은 내용을 결정한다. 객석과의 친밀도가 월등히 높아지는 소극장 무대에서는 다양한 형식과 실험적 주제에 대한 접근이 대극장보다 훨씬 자유롭다. 주최 측인 ㈔한국소극장오페라연합회는 “이번 축제의 목표는 오페라의 질적 발전”이라며 “창작 오페라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오페라 페스티벌 중 가장 긴 연륜을 갖고 있는 이 행사가 올해 주제를 현대 작품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저작권 문제 해결 등 물적 토대의 안정에 기반한다. 연출자 김문식씨는 “현대 작품이 주류지만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돈을 늘리고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금도 오르면서 저작권료가 다 지불됐으니 더 열심히 해 달라고 참가자들에게 부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999년 관계자들의 소모임 형태였던 소극장오페라연합회가 지난해 사단법인으로 승격하는 등 외형적 성장이 함께 한 결과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대표는 “저작권료와 대관료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인건비 무대설치비 오케스트라비의 해결은 여전히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02)541_072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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