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찾는 일은 이제 초월했다. 그리움도 엷어졌다.”영어로 이렇게 말하는 그에게서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또 다른 길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까.
한국계 벨기에 기타리스트 드니 성호 얀센스(26)가 고국에서 음악회를 갖는다.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무대는 뜨거움과 부드러움이 얽혀 독특한 관능의 색채를 선사한다.
음악회 제목 ‘트래블링 파가니니_태양에로의 여정’에서도 이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는 “태양의 정열(피아졸라)과 벨칸토의 우아미(파가니니)를 함께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세 살 때 벨기에로 입양된 그는 어머니를 찾는다는 사연이 고국에 알려지면서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그는 이제 몸속 한국인의 피를 자신의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길을 택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 내한하고 두 차례 고국 음악회를 가지면서 한국에 많은 음악 친구들을 가지게 된 그는 이 친분을 계기로 앞으로는 넉 달에 한 번 꼴로 한국 올 생각이다.
재미교포 패트릭 지(Jee) 등 한국인을 위주로 한 다국적 앙상블 디토와 10월 세계 투어에도 나선다. 이 투어에는 슈베르트, 피아졸라, 새 위촉작 등을 들고 나갈 계획이다. 그는 “유럽의 젊은 연주자와 한국 간의 다리가 되길 빈다”고 했다.
그가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 툭 던지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다. “Feel Free하라 하고 싶다. 교수보다 본인의 감성이 중요하다. 콩쿠르보다 중요한 것은 창조성이다. 그들은 음악적으로야 수준이 높은데 한국적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그는 미혼이다. “기타가 내 아내”라 한다. 긁힌 자국이 역력한 기타에 갖는 애정도 각별하다. “2004년 절친한 사이의 기타 장인 토마스 험프리가 만들었는데 값을 따지면 1억은 넘은 것 같다.” 일본인들이 유독 눈독 들이지만 안 판다고.
1부 파가니니에서는 ‘카프리스 5번’ 등을, 2부 피아졸라에서는 ‘나이트클럽 1960’ 등을 연주할 생각이다. 고난도 기교와 라틴의 열정이 한데 녹아든 작품들이다. 빌라 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도 기대된다. 또 파가니니의 ‘4중주 A장조’, 피아졸라의 ‘망각’ 등은 현악 2중주, 3중주와의 협연으로 이뤄져 주목된다. 16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02)749_8821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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