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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꽃피는 포장마차' vs' 교수와 여제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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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꽃피는 포장마차' vs' 교수와 여제자2'

입력
2011.03.08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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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풍경도 천양지차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섹스는 영원한 스캔들일 것이다. 타성적으로 소비된다면 섹스는 보다 새로운 자극을 전제로 하는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사회에 만연한 섹스에서는 그래서 돈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그러나 동성애로 넘어오면 다른 차원의 인식을 요한다. 동성애자는 보다 깊은 인간 이해를 필요로 하는 문제적 개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을 소재로 하되,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무대를 본다. 하나는 호모에 대해 보다 진지하게 인식해 줄 것을 요청하는 ‘꽃피는 포장 마차’, 다른 하나는 감각적 장치로 더욱 무장한 ‘교수와 여제자2’. 성을 소재로 각각 노골적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둘이 남기는 여운은 천양지차다.

이 사회 소수자 문제를 작품화해 온 인권 문화 단체 맥놀이의 ‘꽃피는…’에는 커밍 아웃 한 동성애자와 그들이 겪는 차별상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 아들의 마음을 돌려 어떻게든 장가 보내보려는 노모의 존재는 이 사회의 또 다른 세력을 반영한다.

빈약한 조명과 세트가 무대를 떠받드는 물적 토대지만 공연에서는 연극으로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온 자들의 역량이 충만하다. 3년째 무대를 채워오고 있는 그들의 뚝심이 가능케 한 무대다. 젊은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그 근원에는 커밍 아웃한 작•연출가 적이(30)가 겪은 두터운 경험의 서사가 자리한다..그는 “개인적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며 “극중 나오는 인물은 모두 나의 분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지난 1월 완성한 이 작품에는 그래서 ‘지금 이 곳’이 살아 있다. “연극 경험은 전무”라는 그의 말마따나 이 무대의 조명과 세트는 사실 허점투성이다. 그러나 서사 없는 기술만 난무라는 이 시대, 삶의 진실로 똘똘 무장한 무대에 함유된 진실의 농도는 물량의 허점을 메우고 남는다. 사회적 기업 한빛예술단에서 4년째 활동 중인 그는 “최근 문제로 떠오른 차별 방지법은 성적 지향의 문제가 누락돼 있다”며 새 작품에 대해 넌지시 암시했다. 13일까지 풍기문란센터.

그렇다면 3D 영상이 있는 알몸 연극으로 선전되는 ‘교수와 여제자2’를 보자. 무대는 디테일에의 의지로 뭉쳐있다. 별도 제작된 포르노 영상을 보려 관객은 약간의 대여료를 주고3D 안경을 빌린다. “중년 관객들의 관심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연출자의 말대로 무대에는 그들의 척박한 로망이 재생산된다. 4월 대학로 신축 중극장으로 옮겨 본격 스크린을 도입한다는 계획의 근거이기도 하다.

유사한 소재를 다루지만 접근법에서는 판이하듯, 막 내린 후의 풍경은 더욱 천양지차다. 포르노 연극 무대가 끝나면 침대와 조명, 스크린 등 장비가 중년 관객들의 헛헛한 욕망처럼 남아있지만, ‘포장 마차’가 영업을 끝내면 관객들이 삼삼오오 무대로 몰려와 배우나 연출과 어울려 기념 촬영으로 졸지에 즐거운 장바닥이 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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