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의 다호리유적(사적 327호)은 1700년 전인 원삼국시대 변한의 지배자 집단 묘지다. 1988년 첫 발굴에서 통나무널 무덤이 나와 세상에 알려졌다. 그후 10년간 8차례 발굴에서 72기의 무덤이 확인된 데 이어 2009년 9월부터 2010년 1월 말까지 9차 발굴에서 71기의 유구가 더 드러났다. 따로 박물관을 차려도 될 만큼 많은 양이다. 다호리유적은 도끼 투검창 등 변한의 풍부한 철과 우수한 제철 기술을 입증하는 유물 외에 칠기와 토기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1호 무덤에서 국내 최초로 나온 칠기 붓과 손칼(書刀)은 당시 변한 사람들이 문자 생활을 했음을 알려 주는 결정적 증거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장 최근에 이뤄진 9차 발굴에서 나온 칠기 유물의 보존 처리 과정을 소개하는 작은 전시를 상설전시관 출구 중앙홀에서 8월 21일까지 한다. 보존 처리를 마친 원통형 칠기와 토기, 칠기 부채, 칠초철검(칼집을 칠한 쇠칼) 등을 복제품과 함께 전시한다. 9차 발굴에서 나온 유물의 전모를 소개한 지난해 특별전에 이어 이번엔 칠기 보존 처리에 초점을 맞췄다. 까마득하게 오랜 세월 동안 묻혀 있어 형체조차 망가졌던 칠기가 제 모습을 되찾는 과정과, 고대인들이 칠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 주는 전시다.
한국 고대 목기와 칠기는 대부분 낮은 습지에서 나와 상태가 좋지 않다. 원래 칠 덕분에 잘 썩지 않고 물이 스며들지 않는 것이지만 워낙 오랫동안 땅속에 있다 보니 미생물 분해가 이뤄진 데다 밖으로 나오면 환경 급변에 바로 손상되기 쉬워 보존 처리가 쉽지 않다. 다호리유적의 칠기는 칠 흔적만 남은 상태로 수습됐기 때문에 흙을 비롯한 이물질을 제거해 형태를 확인한 다음 2010년 6월부터 약 6개월 간 신속하고도 조심스럽게 보존 처리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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