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법 개정안 왜 문제인가공론화 없는 기습처리도 비판
국회 행정안전위가 4일 통과시킨 정치자금법 개정안 내용에 대한 비판 여론은 여러 갈래로 터져 나오고 있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데도 기습 처리 방식을 택한 데 대한 비난도 많다.
개정안 내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청목회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 6명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제31조2항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규정 중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바꿨다. 이는 정치자금이 단체의 자금이라고 명확히 입증될 때만 처벌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또 향후 기업이나 노조 또는 단체 등이 회원 명의로 집단 모금해 기부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것이다.
이 조항이 통과되면 청목회 사건에 따른 의원들의 기소가 면제된다. 처벌 조항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소 유지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제32조3항 '공무원의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을 수 없다'는 내용 중 '공무원'이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뀐 것도 같은 문제다. 이는 국회의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기업이나 노조, 이익단체들이 소속 직원이나 회원들 이름으로 정치자금을 편법 기부하는 것을 처벌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에는 '업무ㆍ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해 기부를 요구할 경우' 처벌을 받도록 돼 있는데 개정안은 이중 '억압'을 '강요'로 바꿨다. 법적으로 강요는 억압보다 범위가 훨씬 좁은 개념이다. 따라서 명백한 강요가 입증되지 않으면 사실상의 강제적 기부금 권고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이와 함께 여야 원내지도부의 합의하에 예정에 없던 행안위 소위를 소집한 뒤 전체회의에서도 불과 11분만에 기습으로 처리한 절차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당 관계자는 "논란이 큰 민감한 법안일수록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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