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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아빠'지만 처음 듣는 딸 목소리 가슴 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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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로 '아빠'지만 처음 듣는 딸 목소리 가슴 벅차"

입력
2011.03.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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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부르는 '아빠' 소리가 너무 좋아요.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물을 준 한국에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한국에 유학을 온 파키스탄인 마시 바시르(38)씨는 요즘 딸 한나(7)양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태어난 지 7년여 만에, 그것도 파키스탄어가 아닌 한국말로 "아빠" "엄마"라고 하지만, 그는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나는 2살 때 열병을 앓은 후로 청력을 잃어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던 탓이다. 바시르씨는 "아이의 귀가 안 들린다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07년 바시르씨는 개발도상국가를 대상으로 유학비를 지원해주는 한국정부의 장학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됐고, 이어 2009년 3월 아내와 한나도 한국을 방문했다. 한나는 이모가 머물던 경기 안산의 다문화가족행복나눔센터에 우연히 놀러 갔다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던 김영미(46)씨를 만났다. 김씨는 "이 곳에 있던 이모를 보러 온 한나가 하루 종일 말도 없고 조용하기만 해 이상하다 싶었는데, 귀가 안 들리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김씨는 이때부터 한나 돕기에 나섰다. 센터와 결연을 맺은 서울 청담동의 한 이비인후과에 한나를 데려갔다가 우연히 KT의 농아 후원 프로그램 얘기를 들었고 한나의 사연을 응모했다. KT에서는 한나에게 최신 디지털 보청기를 선물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보청기만으로도 듣는 게 가능하고 말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나의 귀는 이미 보청기로 해결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KT를 찾았고, 신촌세브란스병원에도 도움을 청했다. 김씨의 간절한 노력 덕분에 한나는 지난해 12월 왼쪽 귀에 인공와우(인공달팽이관)를 심는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한국을 찾았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던 한나 엄마에게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전해 주고 곧바로 한국으로 오라고 했을 때의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나는 현재 국내에서 한국어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집에서도 반복 연습을 해야 하는 치료 특성상 한국어가 서툰 한나 가족에게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나 가족은 즐겁기만 하다. 이번 달부터는 청각장애인 학교를 다니며 청력 훈련도 병행할 예정이다. 28일에는 오른쪽 귀도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계획이다. 바시르씨는 "한나가 많이 좋아졌어요. 아직 못 알아듣는 말이 많지만 연습을 차근히 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아질 거에요"라며 서툰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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