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조기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은 어느 나라보다도 뜨겁다. 각종 영어 유치원과 영ㆍ유아 영어교재 등의 사교육은 물론이고 각 가정에서 엄마가 자신의 아이에게 직접 영어를 가르치는 '엄마표 영어'까지 조기 영어교육의 형태도 다양하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부모들이 영어교육 시작시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너무 일찍 시작하면 우리 말을 습득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반대로 영어를 너무 늦게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져 따라가기 힘든 것은 아닌지, 외국어 발음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그렇다면 영어 교육은 언제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자녀가 어떤 영어를 구사하기를 원하는지에 따라 영어교육 시작시기를 달리해야 한다.
먼저 모국어와 더불어 외국어 습득을 원한다면 많은 학자들이 말하는 '결정적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에릭 르네버그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뇌의 발달 특성상 어느 시점이 되면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분화되기 시작하는데 그 이 전에 언어를 배워야 모국어에 가까운 습득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학자마다 뇌의 정확한 분화 시점에 대한 의견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5세 전후로 분화가 시작되어 사춘기(11~13세) 즈음이면 분화가 완성된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브로카라는 학자에 따르면 만 5세 이전에는 논리적인 이해보다 모든 것을 감각, 즉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우뇌가 발달하는데 이 시기에 외국어를 접하면 모국어와 같은 언어 저장 공간인 일명 '브로카 영역(Broca's Area)'에 학습내용을 저장한다고 한다. 즉 5세 이전에 영어를 접하게 되면 영어도 모국어처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 펜필드라는 학자는 사춘기 이전에 원어민 발음을 가장 완벽하게 모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어릴수록 영어를 학습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문화적인 선입견이 없다는 점과 부끄러움,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학자들이 어릴 때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편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경우처럼 원어민과 같은 억양이나 발음은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유창한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바란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언어 습득에 있어 성인의 경우 뚜렷한 목표와 의지가 있다면 빠른 시간 내에 영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며 언어가 형식적이고 추상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피아제의 이론을 근거로 인지적인 발달상 구체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력이 갖춰지는 시점인 11세 때쯤 영어를 접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즉, 영어의 수많은 어휘와 문장 구조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사고력이 필요한데, 우리말로 충분히 사고력을 키운 후에 보다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 중 취학 전 원어민 수업만 받았던 학생은 우리말로 일기를 쓸 때 일반 유치원을 다녔던 학생들보다 문장 구사력이나 표현력에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는데, 이는 외국어 학습에 앞서 모국어를 통한 사고력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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