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에 과열 경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 업계의 마케팅 비용 지출규모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고, 카드론 대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달 말 퇴임하는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마저 카드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 길거리 모집 등 과열 경쟁 자제를 요구할 정도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 카드업계의 총 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5.4%로 전년(20.6%)보다 4.8%포인트 상승했다. 마케팅 비용은 고객 유치를 위해 연회비 면제와 무이자 할부, 사은품 제공 등에 투입된 비용이다. 수익 대비 마케팅 비용은 2005년만 해도 10.9%에 불과했으나, 경쟁이 심화하면서 2008년(20.2%) 20%선을 넘어선 뒤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카드사들이 대손 위험이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카드론 영업에 치중하면서 관련 대출잔액도 급증했다. 지난해 말 현재 카드업계의 대출잔액은 23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16조8,000억원) 대비 42.3%(7조1,000억원)나 급증했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주로 저신용층이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카드 대출의 부실화 소지도 그만큼 늘었을 것"이라며 "곧 카드대출 영업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한 모범규준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잉 경쟁 양상이 심화하자, 7일에는 금융 감독당국 수장이 직접 나섰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이날 카드사 CEO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올해는 카드업체 사이의 점유율 경쟁이 더욱 격화돼 2002년 카드사태처럼 리스크 관리가 수반되지 않은 과도한 외형확대가 초래될 위험도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또 대형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을 겨냥, "신뢰할 만한 카드사가 길거리에서 (고객을) 모집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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