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합창부에서 그 노래를 처음 배워 불렀다. 내 노래는 형편 없었지만 합창 지도 선생님이 친구의 외삼촌인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오디션에 합격했다. 합창대회를 앞두고 '라 쿠카라차'라는 난생 처음 들어 보는 동요를 배웠다. 라 쿠카라차라는 마법의 주문 같은 말에 키득거렸다.
그때 배운 노래지만 내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가사와 리듬은 이것뿐이었다. '병정들이 전진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지나'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아름다운 그 얼굴' 나는 내가 합창대회에 나갔는지, 합창부를 왜 그만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두 구절은 흥얼거리며 살았다.
그럴 때마다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그 주문이 나를 즐겁게 했다. 그러다 세월이 흘러 그 노래에 담긴 진실을 알았다. 라 쿠카라차는 동요가 아니라 멕시코 민요였다. 1910년 멕시코 농민들은 굶주림에 견디다 못해 농기구 대신 총을 들었다. 전쟁에서 농민들은 라 쿠카라차란 노래를 통해 힘을 얻었다.
저 80년 5월에 우리가 '오월의 노래'에서 힘을 얻었듯이. 그 뒤론 라 쿠카라차는 내게 슬픔의 주문이 두었다. '라 쿠카라차 라 쿠카라차 더 이상 살 수가 없어 먹을 것이 없어서' 라 쿠카라차는 바퀴벌레란 뜻. 대지주의 욕심에 모든 것을 다 잃은 멕시코 농민들을 비유한 말이다. 라 쿠카라차. 참 슬픈 노래였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