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해 운영하는 장학재단의 상당수가 단체장의 사금고가돼 버렸다. 지역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거의 강제로 돈을 끌어들인 뒤 엉뚱한 곳에 흥청망청 낭비했다. 단체장들이 제 돈인 양 선심을 쓰고, 지역 내 힘있는 인사들끼리 챙겨먹기에 급급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거나 상급학교에 입학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행위는 절도 사기 등의 범죄와 다르지 않다.
감사원이 발표한 '지자체 장학재단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장학재단은 설립, 모금, 지출 등 모든 면에서 엉터리로 운영돼 왔음을 알 수 있다. 지자체 도입 당시 전국에 28개였던 장학재단이 2009년 145개로 늘어난 것은 단체장이 당선될 때마다 '정치적 치적'을 위해 그 수를 불려왔다는 얘기다. 관급공사 수주업체에 기부금을 요청하고, 공무원을 동원한 정황도 여러 곳에서 포착됐다. 직원 1인당 1억원씩을 할당한 모 자치단체는 감사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눈먼 돈'을 조성한 뒤 갖가지 핑계를 붙여 끼리끼리 빼먹었다. 고교 교사들의 격려비 혹은 사기 진작비를 만들고, 교원주택을 사들여 무상임대에 사용했다. 교사들만 아니라 도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에도 충당했다. 경찰관이나 구의원, 장학재단 간부의 자녀들을 장학생으로 부정 선발하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장학재단의 씀씀이는 더욱 커지고, 다시 강제적 모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고, 기부자의 압력과 부탁에 휘둘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장학재단 부정ㆍ부실로 감사원에 적발된 지자체들은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열악한(평균 26%) 지역이다. 그만큼 제대로 운영되는 장학기금이 더욱 절실한 곳이며, 오히려 정부 차원의 협조방안까지 강구돼야 할 형편이다. 이번에 드러난 엉터리 장학재단은 말끔히 정리하고, 파렴치한 단체장들은 형사책임까지 철저히 물어야 한다. 장학재단만이 아니라 지자체들의 문화재단 복지재단 등도 그 실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감사원의 엄정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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