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파산재판부 선재성 수석부장판사가 친형, 고교동창 변호사를 법정관리 기업의 감사나 관리인으로 선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업체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선 판사의 동창 변호사를 통해 금전 청탁을 한 뒤 법정관리인 대리로 선임됐다는 추가 의혹도 제기됐다. 대법원 조사와 함께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법의 심판을 받을 수도 있게 된 상황이다. 5년 전 법조브로커에게서 금전 청탁을 받은 서울고법 부장판사 사건 이후 또 다시 사법불신을 초래하게 한 대형 비리의혹이다.
이번 일로 뒤늦게 파산재판부 운영에 대한 판사의 재량권이 과도하다느니, 관리시스템이 빈약하다느니 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지만 파산 업무를 판사에게 맡긴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해당사자들의 개입을 허용하는 것보다 법의 최종 수호자인 판사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본 때문이다. 판사의 공정, 합법, 균형, 윤리, 청렴성 등에 대한 신뢰가 전제됐음은 물론이다. 선 판사는 바로 이런 신뢰를 가차없이 허물었다.
향판(鄕判)문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비리와 유착 가능성을 우려, 대부분의 공직 인사에서 향피(鄕避)원칙을 적용하는 현실에서 법원만은 유독 예외였다. 역시 법관의 남다른 윤리성을 신뢰한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통해 그 가능성이 그대로 현실화했다. 선 판사만 해도 2년 대법연구관을 빼고는 줄곧 광주에서만 근무해온 향판이다. 현직에서는 무소불위의 사법권력을, 퇴임해서는 남다른 전관 예우를 누린다는 항간의 비판을 감안해 사법부 차원의 보완책 연구가 필요하다.
대법원이 외부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기업 파산ㆍ법정 관리를 평가ㆍ관리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광주변호사회는 파산ㆍ관리대상 기업의 관리인, 감사자격을 갖춘 인력 풀을 운용하는 안을 제시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지만 사법불신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는 다 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전에서도 스폰서 판사가 문제됐듯 더 이상 판사의 윤리적 자질에 기대할 때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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