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국회의원 분당을 보궐선거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불가피론'이 확산되고 있다. 후보 영입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빅 매치'에 대한 기대 등 복합적 요인이 손 대표의 등을 떼미는 형국이다. 당 일각에서 출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을 때만 해도 "가당치 않은 시나리오"라고 일축했던 손 대표 측근들조차 요즘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식으로 말끝을 흐리고 있다.
7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작 손 대표는 여전히 "강원도지사 선거와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 올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 강원과 김해을 두 곳을 잃는다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다는 판세 분석에 따라 손 대표 측근들도 "분당을은 이번 선거의 승부처가 아니다"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 입장에서는 큰 판을 버리고 지역구에 매달리다 패하기라도 할 경우 대선주자로서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출마를 요구하는 일부 측근들은 제1야당 대표의 또 다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손 대표의 한 측근은 "당 대표로서 강원과 김해에 선거지원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제1야당 당수로 정권심판론을 내세우고 선거에 임하면 바람을 확산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불리한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승패를 떠나 당내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조언도 전달되고 있다.
즉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알려졌던 분당을에서 승리할 경우 손 대표의 위상이 급부상하게 되고, 만일 패배하더라도 헌신하는 자세로 어려운 지역에 출마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부산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물론 분당을에 출마했다가 패배할 경우에는 손 대표가 중상을 입게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의 여론조사 분석 결과에서도 손 대표가 출마할 경우 여당 후보와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의 출마론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와의 빅 매치 가능성은 더욱 손 대표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후보로 정운찬 전 총리가 급격히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정 전 총리 측에서도 '중량감 있는' 손 대표의 출마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상황의 논리는 점점 손 대표를 분당을 출마 쪽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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