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청목회 입법로비 의혹으로 기소된 의원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법률 거부권 행사까지 시사하면서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개정안이 국민 여론과 정서에 반하는 것은 물론 공정사회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7일 공식적으로는 국회가 국민의 뜻에 부합하게 신중하게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부 기류는 매우 단호했다. 청와대의 분위기는 행정부가 국회를 견제할 때 최후의 카드로 사용하는 대통령의 법률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대목에서 읽을 수 있다.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 53조에 따른 것이다. 국회가 공포를 요청한 법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은 법률안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국회로 되돌려 보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 이렇게 국회로 환부된 법률안에 대해 국회가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경우 이 법률안은 그대로 확정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법률안으로서 효력을 잃게 된다. 재의 의결 요건이 까다로워 정치적으로 법률안이 다시 통과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현정부 들어 거부권이 행사된 적은 없었고, 건국 이래 총 68건의 법률안에 대해서만 거부권이 행사됐다.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보는 청와대 시각은 여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와대는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실상 소급 적용돼 청목회 로비의혹 사건이 흐지부지되고, 이로 인해 투명한 정치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 정치자금법의 제정 취지와 정치권의 자정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입법권을 독점한 국회의원들이 입법권 행사를 통해 불법의 그물망에서 빠져나가 치외법권 지대에 안주하려는 것은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공정사회 가치에도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것도 주된 반대 이유다. 물론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집권 4년차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자리잡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