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톰 글래빈은 "야구에 대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 건에 찍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글래빈의 열정을 제외하면 모든 스포츠에는 분명 스피드가 존재한다. 팬들은 빛의 속도(?)로 지나가는 공을 볼 때마다 스피드가 주는 짜릿함을 느끼곤 한다.
크로아티아의 이보 카를로비치(31ㆍ217위)가 지난 6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독일과의 데이비스컵 경기 중 시속 251㎞짜리 '총알 서브'를 내리꽂았다. 7일 국제테니스연맹(ITF)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한 이 서브는 2004년 미국의 앤디 로딕이 세운 기존 최고 기록(시속 249㎞)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시속 250㎞를 웃도는 테니스 공의 속도도 다른 종목과 비교하면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다.
최고의 속도를 뽐내는 스포츠는 단연 배드민턴이다. 깃털로 제막된 셔틀콕이 라켓에 맞는 순간 최고 시속은 320㎞에 이른다. 이는 골프의 티샷(시속 300㎞)이 날아가는 속도보다 빠르며 비행기가 이륙하는 속도와 맞먹는다. 상대의 강 스매싱을 받아내는 배드민턴 선수들은 셔틀콕을 보고 친다기 보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반응하는 셈이다.
집중하지 않고서는 퍽을 놓치기 일쑤인 아이스하키도 '빠른 스포츠' 가운데 하나다. 올해 러시아 아시아하키리그(KHL)에서는 데니스 클리야시가 날린 슬랩샷이 시속 177.5㎞를 기록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도 매년 올스타전에서 슬랩샷 콘테스트를 열어 공식적인 속도를 측정하기도 한다.
라켓이나 스틱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던진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야구도 빼놓을 수 없는 속도를 자랑한다. 메이저리그 공식 최고 구속은 1997년 롭 넨이 기록한 시속 166㎞(102마일). 메이저리그 최고의 '파이어 볼러' 조엘 주마야는 2007시즌에 직구 평균 구속 159㎞를 기록했다. 공식적으로 측정하지는 않지만 타자들의 잘 맞은 땅볼 타구도 시속 200㎞를 훌쩍 넘는다.
첨단화되고 있는 축구공도 점점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무회전 프리킥은 시속 110㎞에 이른다. 황보관 프로축구 서울 감독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기록한 114㎞의 '캐논슛'은 월드컵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배구에서는 지난달 올스타전 이벤트로 열린 '스파이크 서브 킹'대회에서 LIG 페피치가 시속 115㎞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