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56ㆍ사진) 전 기업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 품으로 들어갈 외환은행의 새 행장으로 내정됐다. 국책은행장에서 민간은행장으로 변신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하나금융지주는 7일 경영발전보상위원회를 열어 윤 전 행장을 외환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윤 내정자는 12일 외환은행 이사회와 29일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윤용로는 누구?
윤 내정자는 재무부-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재무관료 출신. 중앙고-한국외국어대를 나와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 재경부 은행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장 및 부위원장을 거쳤다. 업무처리능력이 뛰어난데다 성격도 원만해 어딜 가든 “적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은행장 시절 윤 내정자는 발군의 경영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모든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그는 오히려 공격적인 대출확대전략을 폈다. 그 결과 ▦국책은행으로서 위기극복에 앞장섰다는 평가와 함께 ▦대출자산을 크게 늘림으로써 하나은행을 밀어내고 기업은행을 ‘빅4 은행’ 반열로 끌어올리는 성과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
물론 아슬아슬한 고비도 있었다. 참여정부가 끝날 무렵인 2007년 말 기업은행장에 임명된 그는 이명박 출범 직후 금융권 CEO 물갈이 때 교체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당시 금융공기업 CEO로선 유일하게 살아 남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외환은행장 내정소식이 전해지자, 한 현직 관료는 “고위공무원에서 국책은행장으로, 그리고 시중은행장까지 경제관료로서 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코스를 밟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을 끝으로 기업은행장으로 내려간 것은 ‘모피아(재무관료출신을 일컫는 말) 낙하산’으로 볼 수 있지만, 기업은행 CEO재직을 통해 관 출신의 정서나 행태를 완전히 ‘세탁’함으로써, 민간 금융계까지 입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왜 그를 뽑았을까
사실 외환은행장 차기 행장 하마평이 처음 시작됐을 때 그의 발탁을 점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윤 내정자는 현 정부 실세와 크게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회장과 개인적 인연이 깊은 것도 아니다. 하나금융 입장에선 불과 두 달여 전까지 국책은행장을 맡고 있던 관료출신 인사를 굳이 기용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측은 김 회장이 정한 외환은행장 자격 조건에 윤 내정자가 가장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제시한 자격요건이란 ▦글로벌 감각 ▦젊은 나이(60세 미만) ▦금융산업에 대한 식견 등 세 가지다.
하지만 금융계의 한 소식통은 “김 회장이 처음부터 윤 내정자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환은행 노조 등의 반발을 고려하면 어차피 하나은행 출신을 기용할 수는 없었던 상황”이라며 “외부인사이면서도 은행경영 경험이 있고 금융당국과의 협조관계도 좋은 사람을 추려보면 현실적으로 윤 내정자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윤 내정자에 대해 불편한 시각도 있다. 일단 외환은행 노조는 관 출신 행장선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 그의 전 직장인 기업은행에서도 섭섭한 표정이다.
한편 윤 내정자는 향후 경영계획 등에 대해 “아직 행장으로 선임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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