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검찰이 정면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도 정치권을 비판하고 나섰다.
7일 검찰에 따르면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한 서울 북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태철)는 관련 의원들에게 적용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뇌물죄로 변경, 공소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소된 국회의원 6명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뇌물죄로 바꾸는 것도 여러 방안의 하나로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 행안위가 지난 4일 기습 처리한 정치자금법 개정안은 입법로비에 대한 사법처리 근거를 없애 법원이 면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이 뇌물죄로 혐의를 변경하면 해당 정치인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게 된다. 민주당 최규식 의원,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등 여야 의원 6명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방복혁)도 이번 주 중 KT 자회사인 KT링커스 노조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KT링커스 노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은행계좌 내역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거의 마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개정 추진과 상관없이) 현행법을 근거로 수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법조계도 정치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동료 의원 구제를 위해 기습적으로 만든 이번 개정안은 입법의 정당성이 없다”며 “입법로비 합법화가 필요하다면 청목회 사건에 대한 처벌이 끝난 뒤 공론화 과정을 거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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