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프랑스 권좌를 지켰던 자크 시라크(78ㆍ사진) 전 대통령이 퇴임 4년만에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파리 시장 시절 수십명의 가족ㆍ친지ㆍ당원에게 유령 직책을 줘, 파리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긴 처음이다.
AFP는 7일 시라크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징역 10년 및 벌금 21만달러의 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1977~95년 파리 시장일 때 자신이 대표를 맡았던 공화국연합(RPR) 간부들을 파리 시청 직원인 것처럼 허위 등록, 시청에서 월급을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랑스 검찰은 적어도 40명이 이러한 위장 취업으로 파리시 예산을 축내면서 시라크 전 대통령의 95년 대선을 위해서 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혐의는 사실 이미 대통령 시절 드러났었으나 면책 특권으로 그 동안 미뤄져 왔었다. 이에 따라 1962년 조르주 퐁피투 전 대통령의 개인 비서실장으로 입문, 50년 가까이 정치계에 몸 담았던 노쇠한 정치인인 그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 지가 관심이다.
일단 그는 몸이 아프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동정표를 구할 심산이다. 이미 그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일 가능성이 유포되고 있다. 물론 그의 아내는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편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았다”며 “기억력이 쇠퇴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라크 전 대통령은 법정에 설 때 휠체어를 이용할 확률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변호사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이번 재판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신청했다. 공소 시효가 지난 데다 검찰이 기소할 사항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그는 수개월의 시간을 벌 수 있다. 만약 재판정에 서게 되더라도 시라크 전 대통령은 유령 직책은 없었으며, 그들이 대선을 위해 일한 적도 없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18년간 파리시장을 지냈고 2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뒤 대선 3수끝에 당선 돼 재선까지 누린 그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주목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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