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군 남면 눌왕리 안원종(56)씨 농장. 구제역으로 지난 1월 돼지 1,190여 마리를 살처분해 몰한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여느 곳과는 달리 악취가 거의 없다. 매몰지면 당연히 있어야 할 침출수와 가스를 빼내기 위해 설치하는 플라스틱 관도 모양이 다르다. 충남도가 나서 간이탈취장치를 설치했기 때문. 안 씨는 9일 "매몰하고 3일 정도 지난 다음 악취가 났었는데 장치를 설치하고 사라졌다"고 말했다.
구제역 매몰지 주변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침출수로 2차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벤처기업 이엠오티가 청국장에 들어있는 미생물을 이용해 구제역 매몰지 악취잡기에 나섰다.
이엠오티가 개발한 간이탈취장치는 매몰지의 침출수 배수관과 가스 배출관 상부에 미생물과 톱밥이 담겨있는 통을 연결해 악취를 없앤다. 악취 제거의 일등공신은 청국장 등에 많이 들어있는 미생물 바실러스균 5종을 섞은 EM-5. 이 미생물은 악취의 원인이 되는 부패가스 속 유기물을 이산화 탄소와 물로 분해해 나쁜 냄새가 안 나게 한다. 장치의 개발을 주도한 이엠오티 최고기술경영자(CTO) 박수훈 박사는 "미생물이 나쁜 냄새를 먹어 소화시키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특히 섭씨 25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보통의 미생물과 달리 이번에 사용된 EM-5의 경우 저온에서의 활동력이 강한 게 특징. 실제로 이엠오티는 최근 1년여 동안 EM-5를 충북 청원군의 한 쓰레기 매립장에서 침출수 처리조용 탈취제로 사용돼 효과를 입증했다.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 제거 방식은 몇몇 지자체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미생물을 토양에 직접 살포해 지하수 오염 등 2차 환경오염의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이엠오티의 미생물탈취장치는 고농축 활성 EM-5을 소량 사용하고 토양에 직접 살포하지 않아도 돼 위험성이 적다.
박 박사는 "기존의 소독약 및 석회를 살포하는 방식은 토양 속에 있는 분해미생물까지 죽이기 때문에 악취와 침출수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도 구제역방역본부의 한 관계자는 "청국장 미생물로 악취를 잡는 충남 연기군과는 달리 경기도 지역의 군 단위 지자체의 경우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데다가 매몰지가 너무 많아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