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카다피 시민군이 전략적인 요충지인 라스 라누프에서 밀리고 있다. 리비아 내전 상황이 기로에 서게 됐다.
한 때 금방이라도 수도 트리폴리까지 진격할 기세를 보였던 시민군이 최근 정부군의 총반격에 잇따라 밀리면서 리비아 민주화 전망이 혼미해지고 있다. 카다피군은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시민군에 빼앗겼던 요충지를 속속 탈환 또는 포위하기 시작했다. 내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무아마르 카다피를 쫓아내기 위한 역사적 시도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가 생겨나고 있다.
9일 AFP,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카다피군은 이날도 시민군이 장악하고 있는 라스 라누프 서쪽에 대한 공습을 퍼 부었다. 앞서 정부군은 6일 라스 라누프에서 서쪽으로 15㎞ 떨어진 빈 자와드 마을을 시민군에 빼앗긴 지 하루만에 다시 탈환했다. 빈 자와드는 라스 라누프에서 수도 트리폴리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다.
특히 이날 라스 라누프의 정유 설비 인근에선 연쇄 폭발음에 이어 수백미터 높이의 화염 및 연기가 치솟았다. 송유관이 폭발하고 오일탱크에도 불이 붙었다는 것이 전언이다. 일부 시민군이 라스 라누프로 후퇴하는 모습들도 목격됐다.
이에 따라 리비아 동쪽을 장악하고 있는 시민군이 리비아 서쪽 트리폴리로 진격하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다피군은 또 8일 시민군 점령지인 자위야와 미스라타에 대해서도 포위 공격을 단행했다. 두 도시의 외곽에 참호를 판 뒤 대포와 탱크를 동원, 포격을 가한 것. 특히 자위야는 카다피가 있는 트리폴리에서 서쪽으로 불과 50㎞ 떨어진 곳에 위치, 카다피군에게는 가장 위협적 도시였다. 트리폴리 동쪽 200㎞ 지점의 미스라타도 언제든 수도로 진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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