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제일모직의 남성복 편집매장 란스미어. 유럽의 고급 수트와 액세서리 맞춤 수트를 제작하는 매장 한 켠에 이날 새 단장을 한 클래식 살롱 '란스미어 바'가 위치해 있다. 서울 도심 속 작은 유럽을 느끼게 하는 이 곳은 수트 맞춤 고객 등이 지인을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와인과 커피 등 음료도 즐길 수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란스미어 청담 매장은 단순히 옷을 고르고 맞추는 곳이 아니라 사교의 장으로 이용이 가능한 장소"라고 말했다.
매장 자체가 마케팅의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 단순한 제품 진열 공간에서 체험ㆍ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는 것. 이 같은 매장의 변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매장의 변화는 플래그십스토어(Flagship store)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데에서 금방 확인된다. 플래그십스토어는 특정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미지와 스토리를 강조한다. 당연히 소비자가 제품이나 관련 문화행사를 직접 보고 느끼는 체험형 공간으로 꾸며진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가치,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게 함으로써 오감만족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LG패션이 지난해 서울 가산동에 오픈한 세계적인 스포츠 멀티숍 브랜드 인터스포츠의 매장은 암벽클라이밍과 러닝트랙, 위(Wii) 게임존 등 고객들의 체험 공간을 다양하게 갖췄다.
전자ㆍIT업계도 고객 체험 매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KT는 서울 광화문에 스마트기기 체험관 '올레 스퀘어'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폰ㆍ아이패드 등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 일주일 내내 재즈 공연도 연다. 이 곳은 하루 평균 3,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명소가 됐다. 삼성전자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스마트폰 체험관 '갤럭시 존'을 마련했다. 이 곳에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수준별 맞춤 강의도 진행된다. 소비자가 생소한 신제품이라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국인삼공사 역시 지난달 25일 중국 광동성 선전에 영업지사를 개설하면서 플래그십스토어를 마련했다. 이 곳은 '정관장 고객쉼터'라는 복합개념으로 조성돼 아직 한국의 홍삼이 생소한 중국인들에게 상품 안내는 물론 문화ㆍ휴식공간으로 활용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삼공사측은 홍삼라테와 홍삼카푸치노 등 다양한 응용제품 판매를 염두에 두고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한 카페티리아 운영도 준비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신규 브랜드나 한정판을 전시ㆍ판매하고 문을 닫는 팝업스토어도 일반화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역시 소비자가 제품과 브랜드를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특별 체험공간. 티져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팝업스토어의 경우 주로 패션ㆍ잡화ㆍ화장품업계가 신규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많이 활용해왔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와 카드사 등도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쉐보레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지엠은 젊은이들의 거리라 불리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뉴욕현대미술관(MOMA)과의 독점계약을 통해 2006년부터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해온 현대카드도 부산 해운대에 '모마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기아자동차는 아예 매장을 디자인 경영의 한 축으로까지 설정했다. 매장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공간 정체성 개념을 도입, 들쭉날쭉한 매장에 통일성을 기한 것. 매장 내부는 흰색, 붉은색 등 단순한 색으로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외관은 역동성을 주기 위해 육면체로 꾸며진다. 또 건물 외벽은 유리 소재를 사용해 개방감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 월드점의 경우 매장을 초대형화, 차별화한 케이스. 10일 확장공사를 마치고 초대형 매장으로 재개장하는 이 곳은 지난해 10월 5~6층에 있던 본사 사무실이 이전하면서 생긴 공간을 활용, 영업면적이 기존 1만6,260㎡(4,920평)에서 1만9,110㎡(5,780평)로 대폭 늘어난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이 진열된 물건만을 사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느끼고 체험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플래그십스토어나 팝업스토어에 대한 호응이 높다"면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매장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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