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항공사들이 올해 들어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한성항공이 국내 처음으로 저비용항공사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2008년 이륙에 실패했을 때와는 전혀 딴판이다. 오히려 국내 노선에선 기존의 대형 항공사들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선을 이용한 승객 143만8,028명 중 저비용항공사를 탄 승객은 58만6,481명으로 국내선 여객 수송분담률(40.8%)이 처음으로 40%대를 넘었다. 2월에도 41.0%(58만9,588명)를 기록했다. 2008년 9.7%에 불과하던 분담률이 3년만에 4배로 커진 것. 2005년 저비용 항공이 첫 비행을 한 지 6년만이다. 특히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1,2월을 합한 수송분담률이 50%를 넘어 기존 항공사들을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같은 상승비행의 비결은 뭘까. 저비용항공사들은 안전성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쌓기 위한 그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한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2009년 안전성과 운항, 정비 등을 평가해 고시하는 국제항공운송 표준평가제도(IOSA) 인증을 받아둔 상태다. 제주항공은 국제항공운송협회가 위험요소 사전 제거 항목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인 'IOSA 3rd Edition'을 지난 1월 국내 항공사로는 가장 먼저 획득하기도 했다.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한성항공이 프로펠러기로 운항을 시작하면서 안전성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성에 대한 고객 신뢰의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저가 항공사들이 운항 횟수를 늘리면서 고객들의 스케줄 선택이 편해진 것도 한몫 했다. 항공 수요가 전체적으로 늘어난 것도 저비용 항공업계로서는 호재다.
이들은 유리해진 여건을 바탕으로 국제 정기노선으로 운항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2009년 제주항공이 오사카 등 2개의 국제 정기노선을 개설한 이후 진에어, 이스타항공, 에어부산도 차례로 국제선 시장에 뛰어들었다.
특히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은 최근 국토해양부로부터 도쿄 노선에 대한 신규 취항 허가를 얻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양분하던 이 노선은 연중 80% 이상 탑승률을 기록하는 황금노선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저비용항공의 수익률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저가항공사들의 전체 매출액에서 국제선 비중도 급속히 커져 제주항공의 경우 전체 매출액 가운데 국제선 비중이 46%(2010년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 저비용항공사들이 안정적 성장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율변동과 유가 상승이라는 외부 위험요소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항공기 리스ㆍ유류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업의 특성도 넘어야 할 산이다.
실제로 연간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진에어와 에어부산뿐이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100% 지분을 투자한 자회사이고, 에어부산은 아시아나 항공이 지분을 투자한 곳이어서 초기 투자비용이 적게 든 덕을 봤다. 반면 저비용항공의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이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도전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국제선의 경우 노선마다 수익성 차이가 크고 초기 투자비용도 많이 드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