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내 벌금 30만~50만원 판결을 받은 교사는 해임. 기간제교사를 성추행해 700만원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교장은 정직 1개월에 사면 후 교장 재발령."
학교나 교육청 등으로부터 각종 징계처분을 받은 교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1991년 설립된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공정성을 잃은 결정을 남발하자 진보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개혁움직임이 시작됐다.
교원소청위는 지난 7일 민주노동당 후원 혐의로 해임ㆍ정직 등 징계를 받은 38명의 교사 중 징계시효가 종료된 7명을 제외한 31명에게 '원처분 유지'결정을 내렸다(본보 8일자 12면). 해당 교사들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벌금 30만~50만원의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 받아, 교원소청위가 사법부 판결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징계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원소청위가 2008년 이후 여교사나 여학생을 성희롱하거나 납품비리 등으로 해임 또는 감봉 등의 중징계를 받은 교장 및 교사들에게 잇따라 징계 취소 결정을 하는 등 평소 교원들을 적극 구제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을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2008년 한 대학교수는 여학생 성희롱 혐의로 학교에서 해임처분을 받았으나, 교원소청위는 절차를 문제 삼아 징계를 무효화했다. 또 2009년 급식업체 사장과 함께 중국, 일본 등으로 접대성 골프외유를 다녀온 중학교 교장들에게는 정직과 견책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반면, 2008년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일제고사를 거부했거나, 시국선언, 사학비리 고발 등으로 해임된 27명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징계는 조금도 경감되지 않았다. 이들 교사 27명은 교원소청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현재 소송이 진행중인 13명을 제외한 14명이 모두 해임취소 판결을 받았다. 2006년 1월에서 2008년 5월까지의 행정소송에서 교원소청위 패소율이 33%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원소청위가 유독 전교조 교사 징계에서 형평에 어긋난 결정을 남발했음을 말해주는 결과다.
이러한 무리한 결정은 정부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는 교원소청위의 법적 지위와 무관하지 않다. '교원지위향상법'에 근거해 설치된 교원소청위 심사위원은 법조인, 교원, 사립학교 경영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추천자 중에서 교육과학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심사위가 전적으로 교과부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당 및 교사ㆍ공무원 탄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이 같은 사실을 들어 "교원소청위를 교육과학기술부 소속이 아닌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하는 법 개정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대위는 또 "소청심사를 맡는 위원들이 교장이나 사학 운영자 중심으로 구성되는 것도 큰 문제"라며 "평교사와 외부인사의 참여를 보장하는 규정도 개정안에 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전교조와 참여연대, 민주노총, 진보연대 등 노동ㆍ시민단체 140여 개로 구성된 연합체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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