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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덩씨 1월에 中당국서 조사받아…비밀금고 속 추가 기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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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덩씨 1월에 中당국서 조사받아…비밀금고 속 추가 기밀 있나

입력
2011.03.07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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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ㆍ33)씨와 한국 영사들이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데서 출발해 국가기밀 유출 의혹으로까지 번지면서 정부 차원의 대대적 감찰이 진행 중이지만, 이 사건의 핵인 덩씨에 대한 직접 조사는 사실상 가능성이 희박해 보여 정확한 실체가 규명될지는 미지수다.

덩신밍씨 도대체 누구인가

현재까지 드러난 행적으로 보면 일단 덩씨의 정체는 당초 알려진 것처럼 상하이 정ㆍ관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고위층 실력자라기보다는 이권 브로커의 모습에 더 가깝다. 덩씨가 지식경제부 소속 K 전 영사(42ㆍ국내 복귀)에게 보냈다는 협박문의 내용, 그가 종종 협박과 물리력을 동원해 반대편 사람을 위협했다는 교민들의 증언 등이 그 근거다.

덩씨가 지난해 말 한국 기업 상하이 지사장의 차량을 부수고 욕설을 써놓기도 했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덩씨가 법무부 소속 H 전 영사(41ㆍ퇴직)와 처음 만난 계기가 된 지난해 9월 상하이 고속도로 교통사고도 그가 H 전 영사에게 접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꾸민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덩씨는 비자 대행을 포함한 각종 이권의 브로커일 가능성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덩씨가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특히 9일 총리실의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에 대한 이틀째 조사에서는 덩씨가 김 전 총영사에게서 직접 기밀을 빼냈을 수도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덩씨가 입수한 자료 중에 한국 정관계 인사 200여명의 연락처가 포함돼 있는 의문점은 어느 정도 풀린다.

덩씨가 중국 인맥을 무기로 한국 총영사관이 난제에 부닥쳤을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 도움을 줬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졌다. 2008년 국군포로 및 탈북자 11명의 동시송환,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상하이 방문 시 위정성(兪正聲) 당서기(부총리급) 면담 불발 이후 재성사, 신정승 당시 주중대사와 위 당서기 및 상하이 시장의 동시면담 주선 등이 대표적이다. 또 우리 공무원이 중국해관(세관)에 적발된 밀수사건을 무마해 준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덩씨는 또 한국 화장품회사 중국 현지법인의 총경리(고문)로 위촉돼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덩씨가 지난 1월 중국 공안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정황이 드러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H 전 영사가 덩씨의 한국인 남편 J씨에게 1월 24일 보낸 이메일에는 "덩신밍씨도 저와 마찬가지로 조사를 받는 등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라며 "그의 이야기로는 구속이 될 수도 있답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덩씨가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안 관련 내용일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유출된 정보는 무엇인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덩씨한테 유출된 자료들이 국가기밀인지 여부다. 남편 J씨가 덩씨의 USB에서 발견한 자료들은 영사관의 월별 비자발급 현황이나 비자심사 대리기관, 비자 신청대행 여행사 현황 등은 물론 '대외보안'이라고 찍힌 영사관 비상연락망 등이었다. 대부분 영사관 내부 자료들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K 전 영사는 "지난해 5월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상하이 엑스포 방문 일정 및 동선, 수행원 관련 정보가 담긴 문건을 줬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 소속 P(48ㆍ국내 복귀) 전 영사 역시 신 전 주중대사 관련 정보를 덩씨에게 제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덩씨의 남편은 "부인은 평소 2개의 대형 개인금고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중 1개만 우연히 비밀번호를 알아내 내용물을 확인했고 나머지 1개는 열어보지 못해 그 안에 또 뭐가 들어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실제 덩씨에게 유출된 정보는 더 많을 수도 있다. 덩씨와 부적절한 관계였음을 시인한 H 전 영사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된 적이 있는 만큼 그의 부인의 추측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록 등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루된 한국인들은 도대체 몇 명

현재까지 거론된 '덩의 남자'는 최소 7명 선으로 보인다. 이 중 핵심 연루자는 H, K, P 전 영사와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 등 4명이다. 물론 덩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한 사람은 H 전 영사뿐이다. 이밖에 경찰청 소속 K(43ㆍ퇴직) 전 영사, 전직 고관 출신의 경제단체 현직 고위간부 O씨, 신원 불상의 다른 1명도 덩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때문에 덩씨가 고급 정보 입수를 위해 엘리트 공무원 등을 상대로 문어발식 접근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덩씨와 끈이 닿을 수 있는 고리로는 H 전 영사가 꼽히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초 사직한 뒤 부인과 이혼 절차를 밟고 다시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덩씨와 함께 살기 위해, 또는 유학을 위해 떠났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정확한 출국 목적이나 행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H 전 영사의 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편과 연락이 안 된 지 6개월 가량 지났다"며 "중국으로 떠났다는 말도 다른 사람들한테 들어서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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