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교수 은퇴까지 눈치보기는 계속"
"사제 간 종속 관계가 평생 가는 예체능계는 마치 마피아 조직 같다."
무용계 인사 A씨는 "교수들의 횡포는 졸업한 뒤에도 계속된다"고 단언했다. 무용과 졸업생은 무용단에 입단하거나 예중ㆍ예고 등의 강사로 진출하는데, 이때 교수 추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스승의 거취에 따라 제자의 운명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 때문에 졸업한 뒤에도 학생들은 교수의 공연에 출연하는 등 몸을 던져야 할 수밖에 없다. 공연마다 찾아다니며 꽃다발을 안겨주는 것은 기본이다.
A씨는 "내부 고발자는 거의 없다"고 했다. 교수들끼리 연결망이 있어 고발 사실이 알려지면 그 세계를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무용과 학생이 얼굴을 가리고 TV에 출연해 교수의 횡포를 폭로했다가 교수가 그의 춤을 알아봤다는 소문이 퍼져 학교를 그만뒀다. 재학 중에 티켓 수백만원어치를 강매 당하고 졸업작품비를 상납하는 건 '새발의 피'인 셈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음대를 졸업한 박모(33)씨도 "졸업생 중 소수만 오케스트라로 진출하고 대부분은 프리랜서가 된다. 교수와 가깝게 지내야 그나마 연주 기회를 따낼 수 있다"고 했다.
비단 예체능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단순한 취업이 아닌 학문의 길로 들어섰을 경우 어떤 영역이든 대학의 도제식 시스템이 작용하기 때문에 교수에게 소위 '찍히면' 앞길이 막막하다. 수도권 사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박모(28)씨는 "연구개발 분야로 진출하려면 석ㆍ박사 과정을 마쳐야 하는데 교수가 논문에 도장을 찍어줘야 대학원 졸업이 가능하지 않나. 밉보여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공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B(28)씨도 "교수 임용 결정권은 보통 지도교수나 지도교수의 지인이 쥐고 있게 마련"이라며 "지도교수가 은퇴하지 않는 이상 늘 나보다 높은 위치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교수들도 정교수가 공동 연구를 하자고 하면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봤느냐"는 질문에 대다수의 학생들은 당연한 일 아니냐는 듯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려 했다. 말한 뒤에도 "이름이나 학교를 가려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대학 당국이나 기관이 실태 파악조차 하기 힘든 이유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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