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229조 빅5 금융지주로 최다 점포에 브랜드 파워까지농협보험 분리에 보험사도 긴장 상업적 기능-공익 조화가 관건
금융권에 대물(大物)이 뜬다. 금융ㆍ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내년 3월이면 자산규모 229조 규모의 거대 금융지주회사(농협금융)가 탄생하게 된다. 은행권은 물론 보험과 카드, 증권업계까지 농협이 몰고 올 시장파괴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각변동
농협금융은 출범과 동시에 '빅5' 금융지주사가 된다. 자산규모로 보면 KB, 우리, 신한, 하나(외환은행 인수 포함) 등 기존 빅4에 이어 5번째 규모가 된다. 은행만 보면 농협은행(192조원)은 국민(271조원), 우리(240조원), 신한은행(234조원)에 이어 4위권이다.
농협의 강점은 무엇보다 영업 네트워크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가진 점포수는 1,158개로 시중은행 1위인 국민은행(1,138개)을 능가한다. 특히 수도권뿐 아니라 타 은행들의 지점이 거의 없는 농ㆍ어촌지역까지 구석구석 점포 두고 있는 것은 다른 금융기관이 도저히 필적하기 힘든 비교우위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전국 최대 영업망을 활용해 영업 드라이브를 걸 경우 단숨에 국민은행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파워도 강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 브랜드는 다소 투박한 느낌이 있지만 그 대신 정부가 보증을 해준다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면서 "안정적이란 인식은 타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격전지는 보험
은행 보다 더 긴장하는 쪽은 사실 보험업계다. 현행 농협 공제사업은 앞으로 별도 보험회사(농협보험)로 분리될 예정인데, 자산규모 33조원으로 독립과 함께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빅4'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농협보험이 보험사 인가를 받으면 퇴직연금보험과 변액보험 등을 팔 수 있게 되고 보험설계사를 통한 영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농어촌 지역에선 굉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별도 인허가를 통해 자동차보험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손해보험사들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더구나 지역단위 조합에서는 5년간 방카슈랑스 규제가 유예돼, 전국 4,300개에 이르는 지역단위 조합에서는 농협보험만 집중적으로 팔 수 있다는 의미다.
농협카드도 이미 700만명의 자체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신ㆍ경분리 이후 대대적인 마케팅공세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농협발 인수ㆍ합병(M&A)이 금융권 질서 재편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자기자본의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는 출자한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었는데 이것이 풀리게 됐다"며 "향후 보험사나 증권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
그러나 농협금융은 갈 길도 멀고, 넘어야 할 산 역시 높다. 거대한 규모는 확보됐지만, 과연 시중은행ㆍ보험사들과 맞설 만큼 경쟁력, 수익창출능력을 갖췄느냐는 것.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은 그 동안 농업ㆍ농민지원이라는 정책적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상업적 마인드나 리스크 관리 개념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상업적 마인드와 정책지원적 마인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 역시 이 점은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다. 분명 시중은행ㆍ보험사와 경쟁에서 이기려면 수익창출능력을 확보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이익을 늘려가는 식의 경영은 힘들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농민을 위해야 할 농협이 시중은행들처럼 많은 이익을 낸다면 과연 정서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익적 기능과 상업적 기능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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