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의 화두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이다. 중동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 하지만 인플레가 증시에 꼭 악재인 것은 아니다. 인플레는 대체로 경기가 좋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 2004~2008년 국제 유가 급등 국면에서 주가도 함께 올랐는데 당시의 유가 급등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국 시장의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즉, 견조한 수요가 유가를 함께 끌어올리면서 인플레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1970년대의 인플레는 경제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 경제 성장률은 추락했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 73년 4차 중동전쟁과 79년 이란 회교 혁명은 국제 유가의 급등을 불러왔다. 공급의 차질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비용 요인에 따른 인플레(cost push inflation)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의 유가 급등은 70년대와 2000년대의 혼재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이 원유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점은 70년대와 닮은 꼴. 한편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2000년대 중반과 비슷하다. 지난주 미국은 실업률이 9% 아래로 떨어졌고, 신규 일자리수도 20만개 가까이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은 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론을 가질 때 새로운 인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지표가 경기 후행지표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인플레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미국 경제의 회복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가가 52주 최고가 대비 2% 내외의 양호한 조정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유가 급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뿐만 아니라, 경기 회복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함께 보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국내 증시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기의 회복은 주가가 심하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완충 장치가 될 것이고, 국제 유가 상승은 주가의 상승을 막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주식시장의 단기 변동폭을 알 수는 없지만, 당분간 코스피지수 2,000선 내외의 균형점에서 주가가 심하게 이탈해 있지는 않을 것이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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