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나체의 남성모델이 밤 12시 옥상정원의 문을 가리키자 비밀 파티가 시작됐다. 별빛 아래 트럼펫 연주자는 살사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레즈비언 포르노가 벽에 상영됐다. 상 파울로, 멕시코시티, 파리, 마드리드에서 온 고객들이 술잔치를 벌였다. 이날 드레스코드는 트로피컬 글램. 이곳은 바로 마지막까지 구 소련식 공산주의를 고수하던 쿠바의 하바나다. 이날 파티에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의 두 손녀도 있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5일(현지시간) 쿠바 정부가 지난해 9월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면서 변모하고 있는 쿠바의 모습을 전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4월까지 50만명의 공무원 일자리를 감축하고 궁극적으로는 전체 일자리 가운데 20%인 100만개를 없애기로 했다. 현재 정부고용비율은 90%. 이제 이들을 사기업에 취직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53년전 이룬 사회주의 모델을 없애는 대담한 청사진으로, 계획의 성공여부는 결국 오래 억눌려 온 자본주의 본능을 회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실제 쿠바는 지난 2월 인터넷방화벽을 없앴고, 지난해 7월 이후 60명의 정치사범을 석방했다. 공산당 의회는 다음달 자유기업 확대는 물론 새로운 소득세 체계를 포함한 카스트로의 개혁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하지만 쿠바의 개혁이 성공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쿠바 성장의 걸림돌은 49년간 지속되는 미국의 대(對)쿠바 무역금수조치와 부족한 자금 유동성이다. 감원에 따른 공무원 사회의 저항이 커지면서 4월로 예정된 감원계획도 현재 연기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정부정책이나 개혁의 결과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78개 분야에 걸쳐 자영업 허가조치가 단행된 후 11만여명이 새롭게 영업면허를 받아 자영업자가 15만명을 넘어섰다고 EFE통신이 현지언론 후벤투드 레벨데를 인용해 전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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