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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75> 동중서(董仲舒)의 인의(仁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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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무의 선비 이야기] <75> 동중서(董仲舒)의 인의(仁義)

입력
2011.03.0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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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중서는 황제(皇帝)의 시대에 살던 사람이다. 진시황(秦始皇)은 제국의 최고 권력자였다. 대외적으로는 하늘과 독점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신같은 존재이며, 대내적으로는 정복전쟁을 통해 최고의 지위에 있는 최고 권력자였다. 동중서는 이러한 황제의 절대권력을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인의론을 제기했다.

동중서는 '인'과 '의'는 각각 관할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했다. 인은 타자를 향한 것이요, 의는 자기를 향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황제는 인의 이름으로 제 자신을 살찌우고, 의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을 착취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황제는 자신을 살찌우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인민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아 동중서는 인의를 통해 황제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자기정화 능력을 마련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장자는 인의를 권력자를 합리화하는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동중서는 그 까닭이 권력자들에 의해 악용되었을 뿐이지 본래의 인의는 그런 것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인의를 <춘추> 의 근본정신으로 재해석해 권력자들의 자기성찰을 촉구했다.

그리고 동중서는 왕의 인의는 하늘의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왕은 하늘의 명을 받들어 사람들에게 그것에 따르게 하고, 하늘의 수(數)를 본받아 이것으로써 일을 일으키고, 하늘의 도(道)를 밝혀 그것으로써 법을 만들고, 하늘의 뜻을 밝혀 인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늘은 만물을 낳고 마치면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하늘의 의지를 인정한 것으로 장자가 "말없는 자연에서 의지를 읽어내려는 시도를 부당하다"고 하고, 노자가 "하늘과 대지는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는다"(天地不仁) 라고 말한 것을 전면 배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상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늘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왕이 정치를 잘못하면 하늘이 천재지변(天災地變)을 내려 견책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이나 천견(天譴) 사상이 그것이다. 동중서는 하늘과 땅에서 생명이 끊임없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생명력이 나날이 늘어나는 것은 하늘이 뜻을 가지고 돌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하늘은 생물이 건강하고 왕성하게 자라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인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인의 세계는 사람을 뛰어넘어 하늘로 지평을 넓혀 갔다. 또한 동중서는 유교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자연분야를 대폭 보강했다. 그는 음양(陰陽) 오행(五行) 사상을 유교에 편입시켜 사회현상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러한 사상은 그 후 명말 청초까지 주류를 이루는 사상으로 군림해 온 것이다.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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