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약이 될까, 독이 될까. 논란 많던 세무검증제가 성실신고확인제로 이름을 바꾼 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자 세무사들이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새로운 수익원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반길 일이긴 한데,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오히려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8일 세무당국에 따르면 성실신고확인제는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남겨둔 상황. 일정 금액 이상 돈을 버는 사업자들은 세무서에 소득신고를 하기 전에 세무대리인(세무사)에게서 장부에 적은 내용이 정확한지, 수입금액을 누락하지는 않았는지 의무적으로 확인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가 도입이 되면 세무사들로선 분명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게 된다. 한 세무사는 "대상이 되는 5만명 가까운 자영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성실신고확인을 받아야 하고 앞으로 대상이 더 확대된다면 수익원이 확대될 거라는 기대는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용근 한국세무사회장도 지난 1월 국세동우회에 참석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위해 국회에서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선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세무사회 한 임원은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나는 절대로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맡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세무사들이 상당수"라고 했다. 벌어들이는 돈은 미미한데 비해 자칫 검증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자격정지 등 과도한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이유다. 다른 세무사는 "성실신고확인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수십 개에 달하는 데도 수수료는 200만원도 채 안 되는데다 책임까지 강화된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무사회가 올 들어 제도도입에 찬성 입장으로 선회하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강력히 반대하는 등 우왕좌왕해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조용근 회장 역시 "사실 세무사 입장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제출하는 원시자료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책임질 수 없는 부분에까지 징계를 하는 경우를 우려해 상당수 세무사들이 제도 도입에 거부감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세무사 업계에 득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 정부 한 관계자는 "업계가 책임 추궁을 완화하기 위해 엄살을 떠는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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