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을 꽂는 멀티탭 수십 개가 연결됐다. 죽 늘어선 것이 마치 척추 같다. 멀티탭에 연결된 단 한 대의 선풍기는 엎어져 버둥대고 있었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이 내달 15일까지 여는 '다중감각'전에 출품된 정승씨의 작품 '멀티 콤플렉스'는 독특한 소재와 위트 있는 설치 방식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설명한다. "멀티탭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계가 찍어 내는 공산품이다. 즉 산업사회가 만들어 내는 작품인 셈이다. 인간이 만든 기술은 처음에는 인간을 이롭게 하지만 점점 대량생산되면서 시스템만 커져 간다. 작품을 통해 기능은 사라지고 시스템만 비대해진 모순적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에는 작가가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사회의 모습이 녹아 있는 셈이다. 최근 미술계는 비단 인문사회학 접근뿐 아니라 과학 심리학 건축 등 다양한 장르들이 파고들며 융합을 시도하는 추세다. 장르 간 융합으로 예술가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이 다양한 매체로 표현된다. 막상 이를 접하는 관객은 다소 난감하지만 작품의 숨은 의미를 캐내는 맛이 쏠쏠하다.
이 전시에 나와 있는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부처를 연상시키는 로봇으로 자화상을 표현한 왕지원씨의 작품과 인공적 빛인 레이저와 오브제를 혼합해 설치공간을 마련한 채미현&닥터정의 '하루' 등이 눈여겨볼 만하다. (02)736_4371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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