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주말 입법로비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했다. 국민 관심이 민생 현안에 쏠린 틈을 타, 청원경찰법 입법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여야 의원들의 처벌 근거를 슬그머니 없앤 것이다. 이러니 국회가 욕을 먹는다.
개정안은 현행 정치자금법 제6장 '기부의 제한'3개 조항의 일부를 고쳤다. 우선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는 31조 2항에서 '단체와 관련된 자금'을 '단체의 자금'으로 범위를 좁혔다.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직접적 기부가 아니라 대표권 없는 임직원이나 회원을 통한 후원금 기부는 처벌 대상에서 뺀 것이다. 또 '공무원이 담당ㆍ처리하는 사무에 관하여 청탁 또는 알선하는 일'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를 금지한 32조 3호의 '공무원'을 '본인 외의 다른 공무원'으로 바꾸어 국회의원이 입법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받는 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
이어 '누구든지 업무ㆍ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는 33조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이용해 강요하는 경우에 한해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고 고쳤다. 기업과 단체가 임직원과 회원에게 특정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 기부를 주선해도 '강요'가 아닌 한 처벌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개정안이 이대로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당장 청목회 사건 재판에 직접적 영향이 미친다. 31조와 32조는 검찰이 여야 의원 6명을 기소하며 적용한 조항이다. 법이 개정되면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면소 판결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33조까지 개정되면, 기업이나 이익단체의 입법로비를 폭 넓게 허용하게 된다.
국회 행안위는 청목회 사건의 당사자다. 제 손으로 법의 사슬을 끊어 면죄부를 얻는 것보다 더 큰 입법권 남용이 있을까.'깨끗한 정치'의 근간을 허무는 법률 개정을 여야가 한통속이 돼 조용히 해치울 요량이었다면, 국회가 통째로 몰매를 맞아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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