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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동 민주화와 미국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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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동 민주화와 미국의 이익

입력
2011.03.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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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동 민주화 시위에 오락가락한 것은 정권 붕괴 이후 체제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이다. 민주주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석유 이스라엘 대테러 전쟁 등에서 현 정치구도의 지정학적 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의 바탕에는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튀니지의 이슬람주의당과 같은 이슬람세력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복합적인 이슬람 세력

이들이 반인권, 반민주주의적 가치만을 좇는 집단이 아니라는 것은 미국도 잘 안다. 그러나 미국은 독재체제를 지지하는 명분을 위해 이슬람세력의 '악마성'을 과장했고, 이를 통해 중동 민주화를 수십 년간 막는 위선적 행태를 이어올 수 있었다. 미국이 덧씌운 '이슬람의 위협'이라는 멍에는 1960~70년대 반공주의 메카시 열풍처럼 중동 민주화 목소리를 가로막는 위력을 발휘했다.

1928년 이슬람학자 하산 알 바나가 창설한 무슬림형제단은 반외세, 반폭력주의를 통한 팔레스타인 해방이 목적이었다. 2차 대전 중에는 독일 이탈리아의 파시즘을 강력히 배격했다. 또 이슬람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정치체제로 영국식 민주주의를 꼽고 이를 현실정치에 접목하려 했다. 무바라크 정권 밑에서 제한적이나마 서구식 의회선거가 가능했던 것은 무슬림형제단의 영향이 컸다. 지금도 무슬림형제단 지도부는 80% 이상 직접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이런 무슬림형제단에 '악마'의 딱지가 붙은 것은 1952년 왕정을 무너뜨린 나세르 대통령이 등장하면서다. 아랍민족주의를 표방하며 외세 침탈에 맞선 나세르 가 지금 미국이 경계하는 무슬림형제단을 철저하게 탄압한 것은 역설적이다.

무슬림형제단의 이념은 복합적이다. 또 젊은층, 노년층, 블루칼라, 부르주아, 세속주의 및 원리주의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나세르의 탄압을 피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영국 등으로 피신한 이들이 망명국의 다양한 이념적 가치를 접목한 때문이다. 이번 이집트 민주화 시위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은 분열적인 모습을 보였다. 엄숙한 이슬람주의를 고수하는 노년층 지도부는 시위 현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한 것은 20~30대 청년단 소속이었다. 이들이 구현하려는 입헌정치로의 개혁과 종교적 이념이 탈색된 실용주의 가치관이 민중의 목소리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의심하는 이란 식 신정체제로의 퇴보 가능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은 이슬람세력이 새 정권 수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주의가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반서방, 반미로 규정지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게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한다. 이슬람세력과 테러조직 알 카에다를 동일시하지 않는 것만도 시위 초기 때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유연한 사고로 두 마리 토끼를

무슬림형제단 청년단 소속으로 시위를 주도한 모아즈 압델 카림(29)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여성 인권과 종교의 자유, 정치적 다원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구 민주주의 가치와 다를 바 없다. 그는 반대세력까지 포용하는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군부와 서방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미국이 민주주의적 가치와 국가 이익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원한다면, 이슬람세력을 무작정 경원시할 것이 아니라 청년단처럼 유연한 사고를 지닌 계층을 지원해 이들의 바람을 실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미국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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