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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21세기 구원투수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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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21세기 구원투수 고구마

입력
2011.03.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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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국 공익과학단체(CSPI)는 건강에 좋은 10가지 슈퍼작물 가운데 고구마를 첫 번째로 들었다. 구황(救荒)작물이나 겨울철 간식거리로 사랑 받던 고구마가 건강식품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또 2008년 미국 농무성은 대표적 전분작물인 옥수수 고구마 카사바 가운데 고구마가 척박한 땅에서 바이오에탄올을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일찍부터 고구마를 우주식물로 인정했다. 구황작물이나 겨울철 간식거리로 사랑 받던 고구마가 식량과 사료를 넘어 전분과 바이오에탄올 등 각종 산업소재를 생산하는 21세기 최고의 산업작물로 재발견되고 있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구마는 세계 7대 농작물로 나팔꽃과 같은 메꽃과에 속한다. 온대에서 열대지역까지 광범위하게 재배되며, 단위면적당 부양인구 능력은 벼나 옥수수 등 다른 작물보다 월등히 높다.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며 농약과 비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장마나 태풍 같은 자연재해도 잘 견딘다.

이렇듯 환경에 잘 적응하고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 받는 주된 이유는 고구마가 함유하고 있는 항산화물질 덕분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C뿐만 아니라 황색을 띠는 베타카로틴과 자색의 안토시아닌을 많이 함유한 고구마 품종이 건강식품으로 특히 인기가 많다. 항산화물질은 암을 포함한 질병과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제거하거나 생성을 예방하는 물질이다.

고구마는 1763년 일본에 통신정사로 갔던 조엄(1719~1777)이 쓰시마에서 구황작물로 들여왔다. 동래 부사와 경상도 관찰사를 지낸 그는 조선 후기의 경제사회적 혼란 속에서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들을 위해 고구마를 도입하고 재배법을 연구했다. 조엄 선생의 백성 사랑은 그가 저술한 통신사 사행록 '해사일기'와 범어사 입구의'조엄 감사 송덕비'에 잘 기술되어 있다.

한자로 감저(甘藷)라고 불리는 고구마는 당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일본에서는 효자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뜻에서 효자마(孝子麻)로 불렸다. 고구마의 어원은 효자마의 일본어 채음인 '고귀마'에서 유래한 것이다. 어원에서 보듯이 고구마는 정말 고마운 작물이다.

최근 홍수 가뭄 등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곡물을 바이오 에너지로 사용하고 동물성단백질 수요가 증가하면서 곡물 공급 전망은 크게 나빠졌다. 반면 수요는 늘고 있어 식량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세계 인구를 91억 명으로 전망하면서 세계 에너지와 식량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낮은 식량자급률(곡물자급률 26%)과 에너지자급률 3%는 국가 식량과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대응 전략이 절실히 필요하다.

고구마는 중요성에 비해 연구개발은 다른 주요작물에 매우 뒤처져 있다. 선진국이 감자와 같은 작물 연구에 꾸준히 투자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생명공학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제라도 고구마 연구개발에 집중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사막화 지역, 추운 지역, 폐광산 지역처럼 농사짓기 힘든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며 고부가가치 소재를 생산하는 산업용 고구마를 개발하면, 인류가 당면한 식량 에너지 환경 보건 문제를 해결하는데 두루 기여할 것이다. 21세기 인류의 구원투수 고구마의 등판을 기대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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